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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Sep 26. 2024

덕질, 좋음

이천이십사년 구월 이십오일, 이십육일

추석이 끝나면 추석에 느낀 감정들을 글로 적어야지!라고 생각했건만 대차게 실패했습니다.


글을 쓰지 못한 사이 나의 기억들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다양한 생각을 하고 여러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가족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 지나가고 일상으로 복귀하자마자 끝도 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 속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비 오는 주말에는 가장 친한 친구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여행이야기를 남길 수 있으려나.


일단 오늘의 글을 써보자.


어느덧 가을이 왔다. 드디어 왔다. 아침저녁으로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 시원한 바람과 함께하는 출퇴근길은 참 설레고 좋다.


오랜만에 정시 퇴근을 한듯싶다. 한동안 이런저런 일을 하느냐 늦은 시간 집에 도착했기 때문에 퇴근 후에 인스타그램을 보고 드라마 한 편을 보면 자야 할 시간이었다. 글을 쓰지 못한 핑계 따위 대지 않겠다고 생각한 저의 다짐이 금세 또 무너져 내리는 중입니다.

오늘도 집에 와서 살짜쿵 일을 하긴 했지만 오늘은 조금 여유롭다.


유퀴즈를 봤다. 이세영이 나온다길래 본 방송을 챙겨봤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가장 좋아했던 배우. 온 마음 다해 내 사랑을 가득 퍼준 연예인.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게 만든 장본인. (제가 이 말을 쓴 적이 있던가요?)

이세영만 바라보고 이세영만 사랑했던 시절을 오랜만에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방송에서 다룬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팬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라 새로울 건 없었지만 그럼에도 단 한순간조차 놓칠 수 없는 방송이었다. 이게 바로 유퀴즈의 힘인가.


예전에 덕질했던 대상을 떠올리면 그 시절 나의 열정까지 떠올라 내 청춘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그때만 가능했던 일들. 어릴 적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화면 속 등장인물이 가지는 힘과 영향력은 아주 크다.


지금은 본인의 인생을 다 걸고 연예인 덕질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됐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는 있다. 다행이다. 물론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덕질과 좋아하는 마음은 달라요. 저도 지금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으니까요. 이세영도 여전히 좋아합니다.


이세영이 좋은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2024년 기준 28년 차 배우라는 것. 얼마 전 데뷔 만일을 지난 그녀. 아역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 연기를 이어온 내 배우.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버티고 살아남는 세영 언니의 모든 순간을 존경했고 사랑했다. 예전만큼의 덕질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영 언니가 연기를 그만두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존경하고 사랑할 것 같다. 그럴 것이다.

버티고 살아남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현재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냥 좋다. (같은 맥락의 말을 몇 번째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을 버티는 내가 대견하게 느껴지고 앞으로도 잘 버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잘. 이 정도면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닐까 싶은데. 어찌 됐든 그러하다.


일 년에 한 작품 이상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는 장난 아니게 대단한 배우라고 확신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분들께서 열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쳐봅니다. 지금처럼요.


덕질만큼 시간이 잘 가는 것도 없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금세 시간이 지나가버린다. 신기하게도 그 시간이 아까운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최애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시간은 하나도 안 아깝지만, 최애가 없는 드라마를 보는 시간은 종종 아깝게 느껴진다. 마음의 차이. 좋아하는 대상을 좋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하며 살아가기. 꽤 중요한 일이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사랑을 받는 분들이라면 사랑을 주는 사람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잘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예쁘게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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