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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Oct 06. 2024

조연, 주연

이천이십사년 시월 육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캐릭터에게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마블 캐릭터들이 솔로 무비 또는 시리즈를 갖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라는 채널이 생긴 이후부터는 더욱 활발하게 다양한 마블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많은 주연배우가 모여 완성된 '어벤져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세계적인 배우들이 함께 모여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조연이었던 엘리자베스 올슨이 주인공인 '완다비전'.

'완다비전'에서 조연이었던 캐서린 한이 주인공인 '전부 애거사 짓이야'.

이토록 복잡하고 재미있는 세계관이 또 있을까.


조커가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서동재가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작품으로 확인하는 건 꽤나 재밌고 기분이 좋다.

우리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직접적인 콘텐츠로 증명하는 느낌이랄까. 글을 쓰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작품에서 조연이었던 배우가 저 작품에서 주연인 걸 보면 재밌지 않나요? 조연일 때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연일 때 마음껏 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제게 즐거운 일이랍니다.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쉬고 각자의 매력이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각 캐릭터의 역할이 분명한 작품이 훨씬 재미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전제조건은 한 작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기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 누구 한 명이라도 연기가 튀면 몰입이 깨져버리니까. 성공한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전체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움직인다.


조연이 없으면 주연이 없고, 주연이 없으면 조연도 없다. 주연상보다 더 받기가 어렵다는 조연상. 수많은 조연들 사이에서 상을 받는 배우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임이 틀림없다. 


예전에는 갑자기 미니시리즈 주인공이 된 신인배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낙하산인가? 처음 보는데 주인공이라고? 왜? 시청자의 입장에서 내 멋대로 편견을 가지고 판단했다. 어렸을 적 나의 기준으로는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를 거친 후에 미니시리즈 주인공이 되거나 조연을 많이 한 뒤에 주연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유명한 스타 배우거나, 아역 출신이거나.

참고로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청난 오디션을 뚫고 주인공을 꿰찬 된 신인배우도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수많은 조연 끝에 주연이 된 배우들을 보면 더 응원해 주고 싶다. 험란한 업계에서 잘 버틴,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누가 봐도 주연인데 조연을 마다하지 않는 배우들도 정말 나이스한 것 같다. 덕분에 더 다양한 작품을 알차게 즐기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모두가 빛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주인공의 무게를 짊어지고 열심히 살아가 봅시다.

언제 주인공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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