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일기

이천이십사년 시월 이십오일

by 장유진

요 며칠 계속 일로 글을 쓰다 보니 글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나에겐 꿈같은 일들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어느 때보다 판타지였던 나의 시월을 이대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 사건들을 모두 기록할 수는 없지만 그냥 몇 글자라도 적어보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으니 알람이 오더군요. 뭐든 일단 써보자는 마음을 갖고 시작. 시작이 반이라니까 방금 반 이상 해냄.


가을이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겨울 날씨가 찾아오는듯한 이천이십사년 시월은 특별했다. 아주 많이.

첫 주 금요일엔 현재 최애인 언니가 회사로 찾아왔다. 퇴근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다 회사에서 언니 생일 광고가 있는 역까지 걸어가 사진을 찍고 내가 사는 곳 근처 역까지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도 단둘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두 번째 금요일엔 현재 최애인 언니의 생일이었다.

그날 저녁 퇴근 무렵 여전히 많이 애정하는 지난 나의 최애 언니가 회사 근처로 찾아왔다. 언젠가 바라던 일이었지만 현실이 될 줄이야. 모든 일을 뒤로한 채 달려나갔다. 닉네임을 말하니 날 알아주는 언니의 모습에 잠자던 덕심이 차올랐다. 그날 나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은 미쳤다는 말로도 설명이 안될 정도였다. 스릴 넘치게 행복했던 꿈같은 하루였다.

바로 다음날 나는 가족들과 청천 뒤뜰(맞겠지?)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세 번째 주 월요일에는 일에 파묻혀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최애의 현장을 갔다. 늦은 시간, 한강으로.

그 주 금요일에는 동기와 오랜만에 포장마차에 갔다. 계획에 없던 술 약속이었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다.

일요일엔 파주출판도시에 갔다.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출판도시가 목적지는 아니었고 오후에 가야 했던 현장이 있었는데 그 현장과 가까운 거리에 출판도시가 있다는 사실에 신난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일찍 출발했다. 파주까지 먼 길 가는데 현장만 가기엔 아깝잖아요.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다음번에는 하루 날 잡고 여유롭게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책 냄새가 좋았다. 멋진 곳이었다.


비 오는 화요일에는 연극 '햄릿'을 봤다. 그날 하필 동기와 함께 가기로 한 시사회가 있었는데 하필 또 '햄릿' 티켓이 한 장 남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민 끝에 연극을 보러 가기로 선택했다. 이런 고민을 내가 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 고민이었다. 티켓 구하기도 어렵다는데 무조건 가야죠. 그날 공연장에서 나는 또 한 번 신세계를 경험했다. 배움의 장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일 투성이였다.


시월은 한마디로 기막힌 타이밍의 연속이었다. 이럴 수가 있나? 이게 되네? 말도 안 돼!를 수없이 외쳤다.


그리고 난, 야근을 하고 또 야근을 하고 또 야근을 했다. 주말에도 일하고 집에 와서도 일을 했다. 아무 걱정 없이 잠을 좀 푹 자고 싶다.


하기 싫은 일을 해내야만 하는 암담한 시월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역시 행복과 불행은 비례하다. 쿵따리 샤바라.


기쁨과 슬픔이 엊갈리고

좌절과 용기가 교차되고

만남과 이별을 나누면서

이렇게 우린 살아가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맘먹은 될 때도 있어 다 그런거야 누구나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니까

다 이렇게 사는거야

희비가 엊갈리는 세상 속에서

내일이 다시 찾아 오기에

우리는 희망을 안고 사는거야


근데 나 이래도 되는 걸까? 최대한 덜어내고 덜어내긴 했는데... 몰라 일단 발행하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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