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사년 십일월 이십삼일
딱히 이렇다 할 글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던 나날들.
길을 걷다 문득 써보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 때가 종종 있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이러니 글쓰기를 미루고 양심에 찔려서 브런치 스토리를 모른척하려 애쓰는 하루를 보내버린다.
올해 시월은 파란만장하고 재밌는 일들이 가득한 하루하루가 많았다면, 십일월은 그다지 신나는 날들이 별로 없다. 지금 기분에 따라 30일의 시간을 판단해버리는 중. 잊지 못할 소중한 하루도 분명 있었는데.
감정 곡선이 꽤 선명하고 꽤 일정한 간격으로 상승곡선과 하강곡선이 그려지는 사람이 나란 걸 또 깨닫는다.
어제저녁 조금 보고 오늘 마저 다 본 한 영화 포스터의 문구를 빌려 말하자면, 지금은 마음이 텅 빈 시기다.
마냥 우울하지는 않지만 혼자 있는 게 외롭고, 퇴사를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울적하다.
회사를 더 잘 다니고 싶은데, 퇴사를 말하고 싶다.
난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여리다는 걸 안다. 남들 앞에서 우는 걸 싫어하지만,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울어봤다. 참고 참는 와중에 누군가 툭 건들면 툭하고 눈물이 쏟아질 때가 있다. 저만 그런가요?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일을 솔직하게 꾸밈없이 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정말 소중한 회사 동기가 있다. 같은 날 입사해서 함께 울고 웃고 그렇게 천일을 함께한 친구. 늘 생각하지만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다. 상사에게 깨지고 내가 우울해 보이기라도 하면 달달한 아이스 초코 라떼를 사준다. 함께 맥주를 마시며 집까지 걸어가 준다. 함께 욕을 해주고 공감해 준다. 서로의 일상을 가장 많은 시간 공유하는 직장 동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친구가 있어서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삼 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동기이자 친구인 그녀의 존재는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상기시켜준다.
마음이 텅 비는 시기가 있다.
그리고, 어제와 같은 하루를 버틴다.
그럼에도, 내일의 나는 분명 괜찮아!
그러니, 오늘을 함께 채워가 보자.
위로받고 싶어서 본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의 포스터 문구다.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본 영화다. 소개 글에 영업당해 봤는데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 영화였다. 현실의 무게에 치여 하루를 버티는 이십 대가 보면 좋을 영화. 퇴사를 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이 엄마에게 전화해 퇴사했다는 사실을 말했을 때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말은 나를 울게 했다. 인생은 길고 퇴사 까짓것 아무것도 아니니까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게 딸의 퇴사를 받아들이는 엄마. 반년 가까이 부모님에게 퇴사를 숨길 정도로 주인공에겐 엄청 큰일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혼자였던 주인공 앞에 찾아온 친구의 존재는 나에게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래서 오늘 친구를 만나고 싶었는데 다들 바쁘더라.
얼마 전에 소녀시대 태연이 집 밖으로 자기를 꺼내주면 좋겠다는 말을 한걸 보고 공감했다. 집이 좋지만, 가끔은 누군가 나를 집 밖으로 꺼내주면 좋겠다. 다들 만나자는 말만 하지 말고 실천을 하세요.
어떻게 매번 옳은 길만 가겠어. 잘못된 길을 갈 때도 있는 거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느낌의 대사를 주인공 친구가 주인공을 위로해 주며 해주는데 나의 텅 빈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틀릴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고, 길을 헤맬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다.
흔하디흔한 말이 위로가 되는 순간.
그러다 보면 다시 웃고 힘을 내서 나만의 길을 걸어가겠지.
다들 파이팅.
서현진 언니가 그랬잖아요, 지금의 스물넷 스물일곱은 아직 어리다고.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고.
지금의 스물넷, 스물일곱 여러분들은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원하는 곳에! 원하는 전공을!!
당신의 지금이 오늘이 가장 젊은 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