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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Sep 10. 2024

기억, 기록

이천이십사년 유월 이십일일

과거 나의 행적을 보면 부끄러울 때가 있다. 어쩌면 꽤 많다. 높은 확률로 이 공간에서 내가 쓴 글도 지나고 보면 부끄러워 몸서리치게 될 순간이 올 것이다.


기록을 강박적으로 하는 습관이 있다. 과거에는 시간 단위로 내가 무엇을 했는지 하나하나 기록하기도 했다. 나의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운가 보다. 잊고 싶지 않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그렇다고 지난 나의 기록들을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일 년에 한번 들여다보면 많이 본편.

지금은 사진으로 많이 남긴다. 사진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지금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일. 사진은 평생의 기억이 되고 추억으로 남으니까. 나에게 사진은 아주 중요하다. 모든 것을 사진처럼 기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영상으로 순간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저장 공간이 순식간에 채워진다.


살아가면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엑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는 나의 정보를 엑셀파일에 정리해놓는다. 내가 지금까지 본 드라마와 영화, 내가 쓴 돈, 내가 하고 있는 일 등등등. 과거에는 파워포인트까지 더해 모든 걸 저장하고 기록했다. 상상 그 이상으로 많이.

그렇게 모인 나의 소중한 파일들은 어딘가에 잘 저장되어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저장되어 기록으로 남겠지.


시간이 흐르는 게 왜 이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매 순간이 소중하다. 나의 시간을 함께 공유한 사람들 또한 소중하다. 그들은 내가 가장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사람들이고, 과거의 나를 본 사람들이고, 내 삶에 들어와 나의 기억 중 일부가 되었거든.


지금 이 순간이 내가 가장 어린 시간이고, 지금 내가 보는 부모님의 모습이 부모님의 가장 젊은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슬픔의 감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볼 수 있을 때 더 많이 서로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어린 지금의 순간을 많이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할머니를 많이 찾아뵈려 노력한다. 갈 수 있을 땐 무조건 간다. 깊어지는 할머니의 주름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시큰하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정정하셨던 할머니의 모습은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시골 할머니들의 부고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시골집에 가도 인사드릴 할머니들을 찾아뵐 수 없다. 아직 죽음에 익숙해지지 않은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 흐르는 세월을 좀 더 아끼고 싶다. 내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지나고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잘하자! 그럼에도 후회는 남겠지만, 그 후회란 것을 최소화해 보자고요.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 또한 참 다행이고, 참 좋다. 정말 소중하다.

내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들의 기억 속에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볼게요. 전 당신이 좋거든요.


사람 많은 곳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아무래도 난 사람이 좋은가 보다. 좋으면서도 싫고, 싫으면서도 좋다.

내 사람이 좋고, 좋은 사람이 좋다.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우리 가족, 내 친구들

본업 천재에 귀엽고 잘생긴 언니들, 사랑스럽고 예쁘고 이상한 언니들,

날 좋아해 주는 사람, 다정한 사람, 마음이 예쁜 사람, 솔직한 사람, 긍정적인 사람, 맛있는 거 잘 사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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