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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진 Sep 10. 2024

친구, 로또

이천이십사년 칠월 칠일

"로또에 당첨되면 누구한테까지 알릴 거야?"

"나는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을 거야."

"진짜?"

"응. 로또에 당첨되면 좋겠다. 당첨되면... 일단 나는 내 사람들한테 맛있고 비싼 밥을 사줄 텐데."

"갑자기 그러면 로또에 당첨됐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뭐 그걸 눈치채는 사람들은 내 사람일 테니 어쩔 수 없지."


로또를 내 돈 주고 직접 사본적은 없지만 로또에 당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물론 내가 먼저 꺼낸 주제는 아니다. 사지 않고 당첨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꿈은 꿔볼 수 있으니까.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맛있는 밥을 맘껏 사주고 싶다.


친구란 존재. 문득, 로또처럼 느껴졌다. 끼리끼리는 사이언스.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 좋은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인생이라는 길고 긴 여정을 함께 나누며 걸어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우리 힐링하러 가자. 힐링이 필요해."


오늘도 친구와 여행 계획을 세우며 수도 없이 말했다. 친구와 함께하는 힐링 여행. 어디로든 함께 떠나자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잘 숨기고, 잘 버틴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를 쉽게 잘 하지 않는다. 가족들에게는 특히 더. 내가 힘든 걸 내비치지 않는다.

친구들이 그랬다. 장벽을 깼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장벽이 나온다고. 깨는 맛이 있다고. 쉬운 줄 알았는데 절대 쉽지 않다고.

마음의 장벽이 높다. 그 장벽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단단해서 쉽게 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장벽을 깨고 나에게 다가와 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에게만큼은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내 이야기를 꺼내본다. 내 말에 귀 기울여준다. 위로를 받는다. 또한 너에게 위로를 주는 친구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함께하는 시간만큼 관계는 더 깊어진다. 서로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겪으며 가까워진다. 추억이란 페이지가 넘어간다. 너와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난 참 좋아. 나랑 오래오래 친구 하자.


지금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관계 또한 너무나 소중하다. 서로에게 공감의 말을 건네며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 동기 사랑 나라 사랑. 고마워 나와 함께해 줘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받아 아물어간다.

혼자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다치면 말해. 약 발라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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