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by 사막

1. 운동화

아주 어렸을 때, 앞집 아줌마가 내 칭찬을 하더란다.

"진영이 갸는 비가 오니까 운동화를 품에 꼭 안고 가더만!!!"

운동화가 젖으면 우리 엄마 손이 더 고달파지니까..


2. 겨울이면 운동화는 부뚜막 위에 올라가 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을 밟고 가는 길에 녹았던 그 눈은

엄마의 사랑이 따뜻해서 녹았던 걸 거야.


3. 다리 밑에 멀쩡한 신발 두 짝이 떨어져 있어 신나게 주웠다.

내려가는 길이 아슬아슬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신발을 주워다 날랐다.

구두, 운동화, 슬리퍼..

가져간 신발들이 정말 멀쩡했는지 어쨌든지 알 수는 없지만

엄마가 기특하게 바라봐줬던 눈빛에 신발을 보면 눈을 반짝이며 주웠던 것 같다.

엄마 나는 왜 그렇게 신발을 주웠을까.

어쩌면 울 엄마 이거 신고 좋은 데로 도망가라고, 훨훨 멀리멀리 떠나가라고 그렇게 주워다 날랐을지도 몰라.


4. 엄마는 날아가지 못하고 내 옆에서 할머니가 됐는데

"진영아, 운동화 빨아줄게, 벗어놓고 가"

마흔 다섯 딸의 회색 운동화를 보고 늙은 엄마가 말했다.

울 엄마 눈엔 아직도 내가 내 키만 한 빨간 가방 메고 3킬로를 걸으며 학교를 가던 꼬맹이처럼 보이나 보다.


5. "할머니~! 노란색 운동화는 우리 엄마 운동화예요~밟지 마세요~"

그리고 손주도 보셨다.

부뚜막이 지켜주던 나의 운동화를 지금은 고사리 손이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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