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m I?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가끔 깊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면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
어린 시절 토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와 점심 먹고 잠깐 낮잠을 자다 깨면
노을이 지고 있을 때 잠이 깨곤 했다.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자고 일어나 시간감각에 대한 오류가 생길 수 있고.
아침의 붉은빛과 저녁의 붉은빛은 분명 차이가 있지만 비슷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시작과 끝은 통한다.
어둠이 밝음으로 사라질 때. 밝음이 어둠 속에 잠식될 때도 비슷한 톤으로
두려움이 아닌 따뜻함으로도 느껴질 수 있어.
아파트 맨 위층, 꼭대기층에 잠깐 살았던 적이 있었어.
노을 질 때. 옆동의 아파트 옥상에서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는 느낌이 좋았어.
창문 옆으로 시멘트 벽이 보였는데 낡은 벽이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
하늘이 가까워 보여서 좋았어. 창문을 열면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것도 좋았지.
비록. 여름엔 옥상의 열기 때문에 조금 더운 집이었기는 했지만 꽤 괜찮았어.
그때 이후로. 낡은 시멘트 벽이 좋아져서, 한강 선유도를 즐겨 찾기도 했었어.
그곳에선 다양한 낡은 시멘트 벽을 맘껏 볼 수 있었거든.
담쟁이덩굴도 많았고,
늦가을 가끔 말라붙은 담쟁이 잎들이 지고 났을 때 벽에
남겨둔 발자국 같은 것을 볼 수도 있었어.
지금 나는 여기에 있어.
좋아하는 새벽 시간이야.
예전엔 음악으로 덮었던 시간을,
지금은 침묵과 창 밖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작은 소음으로 덮고 있어.
가끔 잠이 안 올 때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잠이 들어.
언제부터인가 시계의 초침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건전지를 빼버렸어.
잠 못 이루는 밤에는 그 새벽의 고요의 소리가 무겁게 들리기도 해.
내리는 눈에도 소리가 있고, 새벽의 고요에도 소리가 있어.
잠이 들면 나는 더 이상 여기에 없어.
너는 누구야? 네가 있는 거긴 어디?
자. 나는 이제 너의 이야기가 궁금해.
네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래?
2026.2.5. 목.
-래來인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