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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kki Oct 10. 2017

스위스 연방국을 한 자리에! ‘운수푸넨 대축제’

유럽의 독특한 축제


스위스는 GDP(국내총생산 지수)가 무려 6594억 원으로 세계 20위를 자랑하는 최강부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면적에 비해 40%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작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은 국토 내에서 공용어만 네 개(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레토르만어)이며 연방제를 택하고 있어 미국의 주(State)의 개념과 같은 칸톤이 무려 26개에 이른다. 작지만 그 속내는 꽤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웅장한 자연을 배경삼아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뒤섞인 이들이 한데 뭉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수많은 비결 중 하나는 모든 칸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즐기는 ‘운수푸넨(Unsupunnen Festival) 축제' 일 것이다.



운수푸넨, 12년마다 열리는 전통축제
스위스 모든 국민들이 참가한다고 해도 무방한 운수푸넨 축제는 12년마다 베른(Bern)의 인터라켄(Interlaken)에서 개최된다. 처음 축제가 개최된 해는 1805년으로 당시에는 퍼레이드를 비롯해 노래, 사격, 레슬링 그리고 운수푸넨 축제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바위 던지기와 스위스 전통 악기인 기다란 알파인 혼(Alpine Horn) 불기 등을 겨뤘다고 한다.



주최 측은 애초에 1년마다 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다음 축제는 3년 뒤인 1808년에 열렸다. 이 후, 두 차례에 걸친 세계전쟁으로 100년간 축제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렇듯 역사가 복잡하게 얽힌 탓에 올 축제는 고작 열 번째에 불과하다. 12년 마다 개최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관계자 누구도 확답을 주지 못했다. 다만 “모든 칸톤끼리 모이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다.



심지어 바로 전 축제인 아홉 번째 축제가 열려야만 했었던 2005년에는 큰 홍수가 인터라켄을 덮쳐 축제가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그 다음해인 2006년에 개최된 바 있다. 그럼에도 2005년을 기준으로 12년 뒤인 올해에 열 번째 축제를 개최하기에 이르러 12년의 의미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았다.



10번째 축제가 남다른 네 가지 이유
10번째 축제는 지난 8월26일부터 9월3일, 9일간 진행됐다. 거대한 바위 던지기, 스위스 전통 민요 요들 부르기, 전통의상 쇼, 스위스 레슬링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축제의 가장 상징적인 행사인 바위 던지기는 다음 파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을 하나하나 집중적으로 탐구하도록 하겠다.



먼저, 축제의 포스터와 표어를 살펴보자. ‘2017 운수푸넨’ 로고를 앞으로 둔 채 전통 벨벳 재킷을 입고 호전적으로 가슴을 둘러 팔짱을 끼고 있는 세 명의 남자 유목민들이 그려져 있다. 축제가 열리는 땅은 인터라켄의 호헤메트(Hohemette) 목초지다. 목초지는 유목민의 주 무대로 이번 축제의 표어인 ‘새로운 목초지로!(On to pastures new!)’가 여러모로 걸맞다. 표어는 ‘새로운 환경’이라는 또 다른 의미도 내포돼 있다. 축제는 젊은 세대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이벤트들을 많이 마련했다.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두 번째, 전통의상이다. 전통 축제였던 만큼 전통의상으로 차려입은 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스위스의 여성 전통의상은 드린딜(Drinl), 남성 전통의상은 레더호젠(Lederhosen)으로 불린다. 여성들의 전통 의상은 대체로 단조로운 무늬를 띤 블라우스와 더불어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원피스를 덧댔다. 통상적으로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입었던 의상보다는 훨씬 화려한 편이다. 이와 더불어 머리에 망사로 된 장식을 두른 이들도 많았다. 남성의 경우, 멜빵을 메거나 검은색과 빨간색의 배색이 이루어진 재킷을 입은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축제를 지나다니는 이들의 반 이상이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그들의 표정을 면밀히 살펴보자. 중장년층 및 노년층의 경우 전통의상이 유소년 시절 기억의 촉매제가 되기 때문인지 한 없이 즐거워 보인다. 반면 그들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입은 청소년들의 표정은 쀼루퉁하기 그지없다. 세계 어디를 가나 가족의 군상은 똑같다.



세 번째로 눈에 띄었던 것은 춤과 노래다. 스위스의 전통 민요는 ‘요들’이다. 요들은 스위스 지방 목동들이 즐겨 부르던 특수한 형태의 창법으로 높낮이가 다른 음이 뒤엉킨 것이 특징이다. 요들을 부르는 가수를 요들러(yodeler)라고 칭하는데 이 축제에서 만큼은 모두가 요들러가 된듯하다. ‘이히히~’, ‘에헤헤~’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유쾌한 말울음소리를 낸다. 외국인인 나에겐 요들이 낯설고 당황스럽지만, 스위스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요들엔 요들로’ 받아치는 센스를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축제에 참가한 모든 이들은 춤꾼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들은 음악이 있는 곳엔 어디서든 춤을 춘다. 호텔로비, 바깥 길가 등 정말 음악만 있으면 된다. 비가오더라도 관계없다. 전통의상 위에 색색의 우비를 입고 서로의 손을 잡고 신나게 몸을 움직인다. 파트너를 바꿔가며 총총 뛰어다니는 모습에 지켜보는 이들의 어깨도 덩달아 들썩인다.  



마지막은 퍼레이드와 에어쇼다. 대규모 퍼레이드가 진행된 축제 마지막 날에는 무척이나 화창한 날씨를 자랑했다. 모든 칸톤, 그리고 스위스 전통과 문화가 담긴 다양한 무리들이 줄을 이어 입장한다. 사람 뿐 아니다. 소, 개, 염소 등 스위스 유목민과 친한 동물들도 행렬에 참가해 웃음을 선사한다. 퍼레이드에 앞서 진행된 에어쇼도 별미였다. 스위스 공군, ‘PC-7TEAM'이 굉음을 내며 떨어질 듯 말 듯, 보는 이들의 심장을 움켜쥐게 하는 다양한 묘기를 선보였다.



축제의 상징, 바위던지기 


운수푸넨 축제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은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바위 던지기’다. 스위스서 힘 좀 쓴다는 장정들이 끙끙대며 운수푸넨 바위를 힘껏 모래판에 바위를 내던진다. 룰은 현대 스포츠로 따지면 포환던지기와 비슷하다. 멀리 내던지는 사람이 승자다.




현재 쓰이는 운수푸넨 바위는 세 번째 바위이다. 운수푸넨 첫 번째와 두 번째 바위는 끊임없이 도난당한 흥미로운 역사가 얽혀있다. 1805년, 92kg이었던 첫 번째 바위가 축제 후 도난당했다.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축제가 열리던 1808년, 축제 측은 83.5kg에 달하는 두 번째 바위를 새로 제작했다. 하지만 이 바위조차 1984년, 인터라켄 관광 박물관에서 도난당하는 참사를 겪었다.



놀랍게도 사라진 두 번째 바위가 2000년에 마법처럼 돌아왔으나 이미 2kg이 빠진 상태로 경기용으로는 사용될 수 없어 융프라우 빅토리아 호텔에 전시됐다. 하지만 2005년 다시 두 번째 바위를 누군가가 훔쳐갔고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바위가 처음으로 도난 된 후 1986년 새로 제작된 83.5kg의 세 번째 바위가 여태껏 경기에 쓰이고 있다. 성인 남자 무게만한 바위를 과연 얼마나 멀리 던질 수 있을까. 축제에서 가장 멀리 던져진 해는 2006년으로 마커스 메이어는 바위를 무려 3.87미터 거리로 날려버렸다고 한다.





바위 던지기는 비단 원조(?) 바위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무게를 달리해 다양한 게임이 진행된다. 허리보호대를 차고 운동복을 차려입은 장정들이 출발선에 서서 숨을 가다듬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경외심까지 느껴질 정도다. 비록 원조 바위의 8분의 1정도의 무게인 10kg일지언정 말이다.



인터라켄, 호수사이의 마을
운수푸넨 축제가 개최되는 인터라켄의 지명은 ‘Inter(사이)’와 ‘laken(호수)’의 합성어로 호수 사이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툰 호수와 브리엔즈 호수 사이에 위치해있다. 이 호수들의 경우 신비로운 에메랄드 색깔을 띠고 있다. 빙하로부터 녹여져서 그러한 색이 나온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요히 흐르는 호수의 물결을 눈으로 쫓다 위를 바라보면 장엄한 산봉우리들이 인터라켄 지대를 내려다보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실제 인터라켄에는 융프라우나 쉴트호른 등 유명 봉우리들이 포진돼 있다. 하지만 인터라켄을 단순히 산 등정만을 위한 마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보다 훨씬 많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인터라켄은 ‘육해공’, 아니, ‘육호(湖)공’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도시이다. 육지인 산에서는 스키 및 썰매 그리고 하이킹 등을 즐길 수 있다. 호수에서는 제트보트, 래프팅 및 각종 수상스포츠를 하늘에서는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등 짜릿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실제 이러한 다양한 매력 덕분인지 인터라켄은 관광산업이 매우 성행한 곳이다. 15만 명에 이르는 지역 주민들 80% 이상이 관광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인터라켄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마을이기도 하다. 작년 인터라켄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한국인이 총 8만9465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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