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함을 이길 수 있을까.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문예지에서 잠깐 수습기간을 거쳐서 첫 직장을 구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전공과 크게 관련이 없는 직장을 다니다가 계획없이 제주도에 정착했다.
별다를 것 없는 삶이었으나 정신을 차려보니 나이는 어느 덧 불혹이었다.
그 즈음,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십 년전 쯤에 블로그에 담아두었던 글도 다시 읽었다.
어떤 작가는 몇 살에 등단을 했다더라
어떤 작가는 50군데 출판사에서 받아주지 않던 소설을 출간해서 유명해졌다더라
카더라, 라는 말들은 사실 하나도 도움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단언컨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에 백퍼센트 공감한다.
매일 꾸준히 한 줄이라도 쓰는 것, 그리고 끊임없는 공상이 할 수 있는 전부였으나
그 기간은 꽤 길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노력과 도전은 언제나 '포기'를 종용한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나는 어느 덧 4질의 장편소설을 완성했고 출간했다.
물론 출간과 동시에 부자가 되었다던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품이 탄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은 수직상승하였으나 반대로 글을 쓰는 의미를 되짚어봐야 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하고 글도 쓰려면 남과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이 가능할 리 없다.
책 한권에 1,2만원 그 돈이면 과일을 하나 더 사서 먹여야 할까, 따위로 고민을 하는 내가 싫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작가카페를 가입해보면 자랑하듯이 올려놓은 작업실 사진이라던가 형형색색의 키보드, 그리고 와이드 모니터나 각종 장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부럽지 않다고 하면 자존심 숨기는 꼴이다.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오래된 일체형 컴퓨터를 썼다. 구동시간도 길었고 중간에 아이가 유트브 키즈영상을 틀어달라고 하면 물러나야 했다. 그 다음에는 동생이 선물해준 태블릿으로 작업했다. 훨씬 편했고 이동도 수월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이 더 많아지는 시기였다.
-글을 쓰는 시간에 다른 알바자리라도 구하면 더 돈벌 수 있는 것 같은데?
-결과를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일에 시간을 너무 버리는 것 아니야?
하지만
도서관에서 정보를 얻고 메모를 하며 타자기를 두드리던 시대를 건너온 지금,
쏟아지는 정보와 비슷한 구절, 그리고 클리세 범벅인 수많은 창작물들을 눈앞에 두고 서 있다.
-이렇게 쓸 수 있다니 대단해.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깨알같이 재밌네? 이걸 쓰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독자로서 보던 시각은 다시 작가로서 환원되어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자극이 되고, 또 다시 키보드 앞에 앉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내게 쓴다는 것은, 고독해지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사람은 혼자일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제주라는 섬에서 뼈져리게 느꼈던 핵심이었다.
내게는 너무 괴로웠던 과거였으나 그걸 잊을 수는 없었다.
이곳에 올리는 글은
내 지나온 과거에 대한 정리이자 시작이다.
빚과 함께 혼자 섬에 남겨졌던 나는, 한 때 죽음을 생각했고 바다가 아릅답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풍경은 아름답다.
고독해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살아 나가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출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