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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뇨리따 Apr 01. 2016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나요?



"당신은 나보다 케이트에게 더 말을 많이 해." 그녀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 알게 된 사실이 있어. 두 사람 사이에는 교감이 있더군. 난 바보가 아니라서 당신이 누군가와 종일 일할 때 어떻게 하는지 잘 알아. 그 사람에게 별 이야기를 다 하지. 그래, 그래도 좋아. 하지만 나한테 말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그녀는 다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게 하고는 다리미를 앞뒤로 힘껏 움직였다. 


임종 때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 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어.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놓치고 있어. 얼마 뒤면 아이들이 집을 떠날 테고 당신도 은퇴하겠지. 그러면 당신과 나뿐인데 우리는 서로 할 말이 전혀 없을 거야."

레이는 아내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표현할 말을 찾았지만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녀 말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에게 매그즈의 한숨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일 수도 있었다."

- 너를 놓아줄게 p.365 -



잠들기 전 침실에서 보던 소설을 다 읽어 내려간 후 소름 끼치는 전개,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미쳐버리게 만들었던 책을 덮으며 박수를 쳤다. 저자이자 본인이 형사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미재 사건을 소설로 담아낸 작가에게 보내는 환희의 박수였다. 


'너를 놓아줄게'는 제나 그레이, 경위 레이, 그리고 독자의 심리를 마음껏 쥐고 흔드는 이안. 총 3 사람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로맨스, 스릴러, 추리를 오가는 500페이지가량의 소설에서 종이 끝을 살짝 접은 곳은 단 한 곳이었다. 내용 전개에 영향력은 없지만 꼭 기억해두고 싶어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보냈던 2015년. 답답한 마음에 사주풀이 집을 찾았다. 하는 일마다 어찌나 안 풀리던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윤곽이라도 알고 싶어서 찾아갔던 것 같다. (그때는 나름 심각했다.) 찾아간 곳에서 들은 답변은 '올해 9월을 넘어서면 괜찮아질 거다.', '시짐은 늦게 가야 남편복이 있다. 너무 일찍 갈 생각 말아라.'등 내 주위 사람들이 들어왔던 답변과 99.99% 일치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 한마디는.

 새로운 곳에 너무 침 흘리고 다니지 마세요.
지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세요.


순간 돌에 맞은 기분이었다. 일반적인 이야기였지만 내 행동을 다시 돌이켜보게 된다. 5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에게 내 마음대로 대하지 않았는지, 부모님께 연락은 자주 드렸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건강은 나 스스로가 잘 지키고 있는지... 일시적인 유흥에 취해 소중한 것들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즉흥적으로 보낸 시간들이 지나쳤다.


이 생각을 떠올린지 3번의 계절이 지나고 지금의 4월이 됐다. 조금은 달라져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소설 속 레이의 부인 메그즈의 말에 한 번 더 눈의 뜨인다. 습관처럼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로 종이를 접고 있다. 


아... 아직 멀었나 보다. 더 잘 살아보자. 내 삶 가까이에 더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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