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뇨리따 Oct 04. 2016

책이 내게 다가왔다.

책? 교과서랑 문제집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라고 생각했던...

어려서부터 책이라는 책은 다 싫었다.
교과서도 싫고, 문제집도 싫고, 책 좀 읽으라는 엄마의 잔소리는 더더욱 싫었다.

청개구리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학교에가서 공부할 때도 책을 펴야 하고, 시험을 잘 치려면 문제집을 풀어야 해서 또 책을 챙겨야 하는데 굳이 왜 또 책을 읽어야 하는지. 내 나이 28까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특별한 취미도 없이 재미있는 것도 없이
대학을 가고, 연애를 하고, 취업을 해서
아침이면 어제밤 눈에 낀 눈꼽 떼기가 바쁘게 회사로 출근을 했다. 

그러던 회사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홍보팀에 발령이 났다.
SNS 운영은 어떻게든 하겠는데 정말이지 보도자료 쓰는건 머리에 쥐가날 지경이었다. 늘 생각보다 말을 먼저 뱉는 나였는데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서 글을 쓰라니 허허허... 한줄 쓰고 한숨. 두줄 쓰고 다시 첫번째 줄로 넘어가서 빽스페이스를 누르기 급급했다... 썼다가 지우고. 누가 볼까 부끄러워하고. 통째로 갈아 엎기도하고 ㅎㅎㅎㅎ

그러던 어느날 옆자리 팀장님을 봤는데. 
이 양반 참 특이하다.
일도 아닌데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더라. 글을 쓴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매일 아침마다 아주 열~~심히 쓰더라. 처음엔 이해도 안가고 별 꼬라지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글쓰기 연습과 동시에 본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더라. 
(그런거 보면 글쟁이들은 스트레스 해소법도 참 교양있단 말이지)

글도 쓰고 틈틈이 책을 읽는 팀장님을 보면서 하나씩 따라하기 시작했다. 밤에 잠들기 전엔 일기를 쓰고, 책도 한권 주문했다. 워낙 책 읽기를 싫어하고 한장 넘기기 시작하면 빨리 다음장을 넘겨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이야기에 몰두하는게 영 힘들었던 내게 눈에 들어왔던 문구는 




아주 천천히 읽어도 됩니다. 
읽다가 책장을 덮고 쉬어가도 좋아요



어쩌면 15살 때 필요했던 문자을 그제서야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천천히 내가 읽고 싶을 때 책장을 한장한장 넘겼고, 점점 책이랑 친해졌다. 

모으고... 읽어온 책의 일부분 (엄마가 좀 버리라는데 난 버릴 수 없닭!!!)



내 생활 외에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사는지 알수 있어서 좋았다.
내 현실을 도피해서 집중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았다.
지금 내 귀에 흘러나오는 멜론 음악과 책 속 이야기가 어울릴때는 황홀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이 네가지가 내가 책에 빠진 이유인 것 같다. 내가 읽은 책, 읽으면서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준 BGM까지. 많은 사람들과 그 분위기를 공유하고 싶다. 그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어렵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