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킬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김모씨의 진화기
대학교 4학년 2학기 재학중. 좋은 기회로 대기업 면접 기회를 잡았다.
면접 당일. 지원자 5명, 면접자 5명. 짜여진 각본대로 자기소개로 시작했다. 드디어 내 차례. 다부진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복식호흡이 안되서 그런걸까 목소리의 끝이 갈라진다. 점점... 나 뿐만 아니라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부끄러워하는게 느껴진다.
두번째 질문. 야채코너에서 지금 막 들어온 배추를 팔아보라는 면접관. 나는 두손으로 박수를 치며 그 동안 마트에서 들었던 온갖 잡다한 멘트를 마구잡이로 던져댔다. 이번엔 면접관 뿐 아니라 지원자들도 웃음이 터졌다... 아... 정말 중요한 면접인데... 정말 웃길려고 한거 아닌데... 이렇게 나의 첫 면접은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처럼 막을 내렸다.
미팅 경험조차 전무한 내게 첫 면접은 지금 생각해도 지하 5천 킬로미터를 뚫고 내려가고 싶을 정도로 얼굴이 빨개지는 사건이다. 그 이후 약 1년간 취업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탈락 속에 나는 점점 합격보다 불합격에 익숙함을 느끼던 어느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회사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 날 면접은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쳤던 탓인지 기대도 안했었다.)
첫 취업, 두번의 이직을 경험하면서 난 늘 그들이 날 선택해 주기만을 바랬다. 그래서 '야근은 당연한거 아닙니까', '늘 긍정적으로 일합니다' 등 마음에 없는 소리를 줄줄 내뱉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면접장에서 이야기했던 그 모든게 현실에 반영되면서 단순히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함이 아니라 나도 내게 맞는 회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 5년차에야 이런 생각이 들다니... 난 참 깨달음이 늦은 사람인것 같긴하다.)
최근 한 회사의 면접에 참여했다. 역시나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공통된 질문은 아래 내용이었다.
1.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야근 가이드는?
2. 희망연봉은 어느정도? 기존 연봉에서 깎는다면 어느정도까지?
3. 단점이 드러났던 일과 이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4. 함께 일하는 작업자와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이 질문을 한 번 더 분석해보면 이렇게 해석 될 것 같다.
1. 이 회사는 야근이 많다. 넌 야근 괜찮지?
2. 넌 기존 연봉이 너무 높아. 좀 깎아야 할거 같어
3.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있니? 근데 너의 그 단점은 좀 문제가 될것 같아
4. 우리가 요즘 그쪽 사람들이랑 트러블이 좀 있는데. 넌 좋은 방법을 가지고 있니?
집에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면접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내가 너희가 찾던 사람이야를 어필하는게 아니라. 나와 그대들이 얼마나 잘 맞는지 서로의 합을 맞춰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이 더욱 많아졌다. 난 정말 야근이 괜찮을까? 꼭 연봉을 깎고 들어가야 할까? 숱한 고민 속에 면접관에게 메일을 썼다. 다소 당돌한 행동일 수 있겠지만 면접관은 감사하게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었고, 자세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아직 면접 결과가 발표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큰 경험을 한 것 같다.
면접시간 동안 난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고, 면접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사내 분위기를 살짝 파악하면서 생각보다 이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인연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또 다른 면접기회가 잡힌다면 그 때는 좀 더 진솔한 모습으로 면접에 임해야겠다. 궁금한 것도 좀더 팍팍 물어보면서 서로의 궁합을 맞춰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