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뇨리따 Oct 17. 2016

면접은 서로의 궁합을 맞추는 시간

인터뷰 스킬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김모씨의 진화기

대학교 4학년 2학기 재학중. 좋은 기회로 대기업 면접 기회를 잡았다. 
면접 당일. 지원자 5명, 면접자 5명. 짜여진 각본대로 자기소개로 시작했다. 드디어 내 차례. 다부진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복식호흡이 안되서 그런걸까 목소리의 끝이 갈라진다. 점점... 나 뿐만 아니라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부끄러워하는게 느껴진다. 
두번째 질문. 야채코너에서 지금 막 들어온 배추를 팔아보라는 면접관. 나는 두손으로 박수를 치며 그 동안 마트에서 들었던 온갖 잡다한 멘트를 마구잡이로 던져댔다. 이번엔 면접관 뿐 아니라 지원자들도 웃음이 터졌다... 아... 정말 중요한 면접인데... 정말 웃길려고 한거 아닌데... 이렇게 나의 첫 면접은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처럼 막을 내렸다.

미팅 경험조차 전무한 내게 첫 면접은 지금 생각해도 지하 5천 킬로미터를 뚫고 내려가고 싶을 정도로 얼굴이 빨개지는 사건이다. 그 이후 약 1년간 취업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탈락 속에 나는 점점 합격보다 불합격에 익숙함을 느끼던 어느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회사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 날 면접은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쳤던 탓인지 기대도 안했었다.)

첫 취업, 두번의 이직을 경험하면서 난 늘 그들이 날 선택해 주기만을 바랬다. 그래서 '야근은 당연한거 아닙니까', '늘 긍정적으로 일합니다' 등 마음에 없는 소리를 줄줄 내뱉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면접장에서 이야기했던 그 모든게 현실에 반영되면서 단순히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함이 아니라 나도 내게 맞는 회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 5년차에야 이런 생각이 들다니... 난 참 깨달음이 늦은 사람인것 같긴하다.) 

최근 한 회사의 면접에 참여했다. 역시나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공통된 질문은 아래 내용이었다. 
1.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야근 가이드는?
2. 희망연봉은 어느정도? 기존 연봉에서 깎는다면 어느정도까지?
3. 단점이 드러났던 일과 이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4. 함께 일하는 작업자와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이 질문을 한 번 더 분석해보면 이렇게 해석 될 것 같다.
1. 이 회사는 야근이 많다. 넌 야근 괜찮지?
2. 넌 기존 연봉이 너무 높아. 좀 깎아야 할거 같어
3.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있니? 근데 너의 그 단점은 좀 문제가 될것 같아
4. 우리가 요즘 그쪽 사람들이랑 트러블이 좀 있는데. 넌 좋은 방법을 가지고 있니? 

집에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면접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내가 너희가 찾던 사람이야를 어필하는게 아니라. 나와 그대들이 얼마나 잘 맞는지 서로의 합을 맞춰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이 더욱 많아졌다. 난 정말 야근이 괜찮을까? 꼭 연봉을 깎고 들어가야 할까? 숱한 고민 속에 면접관에게 메일을 썼다. 다소 당돌한 행동일 수 있겠지만 면접관은 감사하게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었고, 자세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아직 면접 결과가 발표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큰 경험을 한 것 같다.
면접시간 동안 난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고, 면접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사내 분위기를 살짝 파악하면서 생각보다 이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인연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또 다른 면접기회가 잡힌다면 그 때는 좀 더 진솔한 모습으로 면접에 임해야겠다. 궁금한 것도 좀더 팍팍 물어보면서 서로의 궁합을 맞춰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책이 내게 다가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