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준 Jan 11. 2021

<반 고흐, 영혼의 편지>(2005)

인간 영혼의 마지막 불꽃, 그 뜨거움과 찬란함에 관하여

"새장에 갇힌 새는 봄이 오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p.24.-

생의 전반에 고흐는 집요할 만큼 테오에게 돈을 보내 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절박함이 고흐를 저 유명한 초상화 속의 모습처럼 더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의 후반, 고흐는 테오에게 돈을 보내 달라는 부탁을 그만두었다. 어쩌면 그는,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그 동안 그림을 그리기 위해 써 버린 돈은 결코 되찾을 수 없다는 걸 예감했던 것일까.

고흐는 그 돈을 무엇에 썼던가. 그는 특히나 유화에 집착했다. 그에겐 유화야말로 그가 바라 본 세상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완벽한 재료였다. 유화를 놔 두고 수채화를 택한다는 길을 그는 결코 생각해내지 못했다.

재료비를 아끼며 작품활동을 했다면 그는 더 배고프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건강, 삶, 그 모든 것을 희생시켜 유화를 그려 냈다. 진정한 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것을 표현하는 것, 이를 위해 자기 자신마저도 희생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도저히 대체할 수가 없는 그런 것이야말로 예술이 아닐까.

최선을 다했으므로, 거기에는 이제 더 할 것이 남아 있지 않다.
고흐는 비록 빈곤했음에도, 아니 오히려 빈곤했으므로 유화를 그렸다. 유화야말로 그가 가장 진심으로 원했던 재료였다. 배고픔을 팔아 물감을 사고, 마지막 가난마저 긁어내고 붓칠을 했다.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늦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p.191-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고흐는 점점 더 밝은 색채를 열망했다. 상류 사회를 지향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 밝은 색채가 상징하는 별, 죽음과 영원의 세계로 고흐는 점점 더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이 처음으로 등장하고 난 뒤, 화가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희미해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고흐처럼 좀처럼 인정받지 못했던 자의 초조함은 더했을 것이다. 그런 고흐는 별의 세계에서도 화가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곳에도 화가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온갖 상념들이 가득 담긴 그림이 바로 <별이 반짝이는 밤>이었던 것. 고흐가 머무는 그 별은 지금 어디 쯤 떠 있는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