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말부에서 푸이는 지금성(고궁박물원)에 입장권을 끊고 홀로 태화전으로 들어간다. 2017년 여름 무렵 자금성에 갔을 때도 그 장면을 떠올리며 조용히 고궁을 거닐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내기라도 했다면 베이징의 사람들은 아마도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자금성 주변은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군중으로 가득찼으며, 몇 시간이나 걸어 겨우 태화전에 이르러 단 몇 초만이라도 고개를 내밀어 안을 보려 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밀려났다. 영화 속의 감동은 결코 현실에서 재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장면에서 푸이는 옥좌에 앉으려다 경비원의 아이에게 제지당했으며, 자신이 황제였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받았다. 그러자 푸이는 옥좌에 앉은 채 주위를 뒤적이더니 여치를 기르는 통을 꺼내서 아이에게 건넨다.
이 통에는 푸이가 첫 즉위식 때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여치가 들어 있었다. 통을 받아든 아이가 돌아서서 뚜껑을 열어보는 사이에 푸이는 사라졌다. 놀란 소년이 돌아섰을 때 푸이는 사라졌고, 그 속에서는 나이가 많이 든 여치가 나왔다. 그리고 장면은 전환되어 여행 가이드가 푸이의 즉위와 죽음을 짧게 설명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장면은 영화 초반 푸이의 즉위식 장면과 상응한다. 두 장면 모두 햇빛으로 물든 태화전을 배경으로 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태화전의 황금 장식이 황혼녘의 햇빛을 받아 환상적인 분위기마저 감돈다. 이러한 연출을 바라보고 있으면 존스턴이 쓴 책의 제목인『자금성의 황혼(Twilight in the Forbidden City)』이 떠오른다.
한편, 수명이 고작 3개월 남짓인 여치는 6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금성에서 살아 있었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에, 푸이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그 직후 여치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푸이와 여치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통 속의 여치는 자금성이라는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만, 그리고 마찬가지로 만주국이라는 시공간 속에서만 황제였던 푸이를 비유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마지막 장면에서는 경비원의 아이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푸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여행 가이드의 안내를 통해 그가 죽었다는 사실만 언급된다. 이는 황제에 관한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제왕들은 동양 문화권에서 자주 용으로 표현되곤 했다. 때문에 그와 관련된 온갖 사물들에는 용이 새겨지거나, 용의 상징들이 포함되곤 했다. 영화에서도 푸이를 다음 황제로 임명하려는 서태후는 전 황제가 용을 타고 승천했으며, 오늘 죽었다고 이야기했다.
푸이는 이름뿐이었을 뿐 꼭두각시 황제였다. 한때는 전범이 되었고, 만년에는 인민으로 살아갔다. 그는 더 이상 황제가 아니었으므로, 자신이 황제였던 사실마저도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영화는 연출을 통해, 자금성을 황제의 색으로 빛나게 만들었고, 이미 수명이 끝났을 여치는 살아 있었으며, 푸이의 죽음을 갑자기 지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것으로 처리했다.
이는 푸이의 죽음을 평범한 인민의 죽음이 아닌, 황제의 죽음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는 듯하다. 푸이는 실제 역사에서는 황제다운 권력을 거의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가 황제였음이 분명하며, 그의 죽음 역시 황제의 죽음, 즉 승천이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