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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준 Oct 15. 2022

<마지막 황제>(1987) 리뷰#3

황제 제도는 과연 사라졌는가?

▲대총통 위안 스카이의 황제 즉위식(1915)

푸이는 청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났고, 멸망한 청 제국은 공화제의 중화민국이 되었다. 이후에도 일부 중국의 군벌이 스스로 황제를 칭하거나, 일본의 관동군이 이름뿐이나마 황제 제도를 시행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국공 내전에서 승리한 공산당은 ‘새로운 중국’, 곧 신중국이라 불리게 되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전범이 된 푸이는 재교육을 거쳐 황제에서 인민이 되었다. 황제만이 입을 수 있었던 황색 옷을 입고, 수많은 이들의 시중을 받았으며, 특별한 식사를 했던 푸이는 이제는 인민들과 같은 것을 입거나 먹고, 그들과 같은 일을 하며 살게 되었다.


푸이가 전범 관리소에 있던 시기, 전범들 사이에서는 황제도 대신도 없었으며 모두 같은 취급을 받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모두 마오쩌둥과 공산당을 찬양하는 <동방홍(1964)>,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1943)>와 같은 노래들을 불렀다.                    


동방은 붉게 물들고 해는 떠오른다
중국에 마오쩌둥이 나타났다
-<동방홍> 가사 중-


그리고 문화대혁명의 시기에 푸이는 홍위병의 행렬을 목격한다. 홍위병은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받들고, 그의 어록을 외치는 한편 마오쩌둥을 더욱 노골적으로 숭배하는 <대해항행고타수>(1964), <혁명조반가>(1966)를 부르고, 마오쩌둥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에서 충(忠) 자를 형상화한 <충자무>를 춘다.                    

펜을 들고 칼과 창을 들자 반동에게 화력을 쏟아붓자
교사와 학생들이여 반항하라 문화혁명이 이끌어야 한다
-<혁명조반가> 가사 중-


행렬 옆에는 아이들이 늘어서서 악기를 연주하는데, 그 배경에는 어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벽화에는 각계각층 및 각 민족을 상징하는 청년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들은 모두 붉은 깃발을 든 군중들의 앞에서 『마오 주석 어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들의 위에는 마오쩌둥이 태양의 형상을 하고 사방을 비추고 있다.


황제가 있었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황제 앞에서 만세를 외쳤지만, 이제는 인민들이 마오 주석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마오쩌둥에 대한 편향되고 우상화된 이미지가 세계 각지로 수출되면서, 마오쩌둥에 대한 숭배 또한 수출되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또 다른 영화로 68혁명 시기를 다룬 <몽상가들(The Dreamers, 2003)>에서는 주인공들 중 하나인 이사벨의 방 안이 온통 마오쩌둥의 흉상과 포스터 등 상품으로 채워져 있다.


영화에서 푸이는 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지만, 그것이 황제 제도의 종말은 아니었다. 새로운 공화국의 총통은 변발을 자르고, 낙타 대신 자동차를 타고 나타난 ‘새로운 황제’였다. 이후 푸이는 잠시 만주국의 황제가 되었다가 또 물러났지만, 마오쩌둥이 또다시 ‘새로운 황제’가 되었다. 그를 ‘새로운 황제’들이 대신했을 뿐이다. 개인에 대한 절대적인 숭배를 본질로 하는 황제 제도의 본질까지도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마오쩌둥의 사망과 함께 문화대혁명은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과연 황제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천안문 광장의 홍위병(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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