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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mas Jul 04. 2022

싸이월드 재오픈에 대한 단상

세상 모든 중2병과 감성충을 위해



싸이월드가 재오픈했다기에 궁금하여 방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오글거림과 중2병의 향연으로 몇개 눌러보다가 껐다.


그런데 문득 ‘오글거린다’, ‘중2병’, ‘감성충’, ‘진지충’ 등의 단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제약하고 단죄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림거리의 대상이 된 모 연예인의 눈물 셀카나 감추기에 급급한 ‘흑역사’가 돼버린 내 어린 시절 미숙하지만 풍성했던 감정 표현들 등등..


나는 옛날부터 항상 어디에든 무언가를 많이 써왔다.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수백개의 일기를 쓰다가 페이스북으로 넘어오고, 인스타로 넘어오고 하는 동안 플랫폼의 성격은 고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 말들을 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TMI에 감성충이라고 얼굴 찌푸렸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나라는 인간의 특징으로 기억하곤 했다. 나는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어있는 사람이고, 언제고 항상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플랫폼은 점차 변화했고, 사람들의 인식 또한 변화했다. 작가가 아닌 이상, 지나치게 긴 글을 지나치게 짙은 감성으로 구구절절 설파하는 것은 ‘진지충’이나 ‘감성충’으로 매도되어 낯뜨거워지곤 했다. 나역시 한번 생각에 매몰되면 어디엔가 반드시 쓰는 편이었는데, 항상 긴 분량에 ‘너무 길어서 걍 스크롤 내림’이나, ‘한 줄 요약 좀’이란 놀림을 받은 적이 많다.


이제 글이건 영상이건 짧은 게 유행이다. 너무도 바쁘고, 볼 수 있고 봐야 하는 콘텐츠가 널리고 널린 우리 사회에서 긴 글은, 게다가 누군가의 상념이 담긴 감성 글은 불필요한 것이니까. 이런 시류에 맞춰 나 또한 글을 줄여갔다. 처음엔 분량을, 나중엔 횟수를, 지금은 sns에는 긴 글을 거의 쓰지 않는다. sns는 기본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자기 표현의 장이기도 하다. 구구절절에 감성충이 내 정체성이었다면, 그게 맞는 것이다. 나에게는 인스타든 페이스북이든 쉽게 쓸 수 있는 접근성과 지인들의 공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공유의 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쓸 수 없게 됐다. 시대에 뒤떨어진 감성충으로 보이고 싶진 않으니까.


여전히 긴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 그들은 아마 페이스북, 인스타에서 쫓겨나 네이버 블로그로 갔을 것이고, 이제는 브런치로 왔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결 마음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싸이월드에 산재한 나의 흔적들을 보면서 중2병..이라고 되뇌다가, 내가 나한테 이래도 되나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그래도 나는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자마자 하고 싶은 얘기를 가득 담고 집으로 와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열어 하루 일과를 적으면서 즐거웠던 내가 있었는데. 복잡하고 괴롭거나, 행복했던 유년의 내가 거기에 다 담겨있는데 고작 나이 몇 살 더 먹었다고 어른이라도 된 양, 아니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회인이라도 된 양 그렇게 나를 비난해선 안 되는 것을..^^


그래 확실한 건 나는 옛사람이다.(나이는 서른밖에 먹지 않았다) 아날로그가 더 편한 젊은 구닥다리. 나는 내가 세상에 대해, 감정에 대해, 사람에 대해 느끼는 이런 저런 생각과 관점들을 글로써 표현하는 게 좋았다. 누군가는 나에게 내 글에는 나만의 관점과 가치관이 보여서 좋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좋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아마 그런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거겠지. 누구나 인생을 걸게 된 태초의 인정과 칭찬이 있지 않은가.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쿨한 사람이었다고… 내가 가진 것이 놀림 받는 구닥다리라고, 감추지는 말자. 커서 앞에서 망설이며 지워버렸던 수많은 내 글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작가도 뭣도 아닌 그저 ‘감성충’인 나는 오늘도 쓴다.


+ ~~ 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말하는 모든 개념은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글자 하나로 프레임을 씌우고 집단적으로 특정 무리나 인간을 공격해서 적으로 만들기 너무 쉬운 세상이다.  인간이 가진 징을 벌레에 씌워서 비난거리로 삼고 매도하는 태세에 대해 나도 반성한다…(벌레는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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