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ife

주말이 신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고독하지만 혼자 있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사람, 또 있어요.

by Nima

"주말에 뭐 했어요?" 라고 묻는 이들에게, "그냥 집에 있었어요." 라고 말하면 하나 같이 어찌나 내 걱정을 하는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지 말고, 좋은 사람 만나봐. 자꾸 만나야 인연이 생기지."


그러게요.

그런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을 때는 어쩌죠.

내 인생에 깊이 들어왔던 누군가가 나를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던 그 순간들이 눈 감으면 자꾸 떠오르는데, 그걸 겪어야만 할까요. 무서워서 한 발자국도 나가기 싫은데 어쩌죠.


이렇게 나를 꽁꽁 싸매어 놓고 저 안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버리고 싶었을 때, 우연히 알게 된 것이 브런치였다.


나는 일기장보다 더 성의 없이 생각나는대로 글을 썼다. 그냥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그대로 자판만 두들겼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지도 않았다.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숲이라도 되는 냥, 브런치는 하나의 방편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해 주었다는 알람이 뜨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보다 더 마음 넓은 독자들은, 퇴고도 없이 휘갈겨 놓은 내 감정의 파편들 속에서 나의 진짜 상처를 발견해주었고, 위로해주었다. 나는 조금씩 하기 힘든 말들을 적었고, 독자들에게 내 상처를 더 공유할 수록, 독자들로부터 말 못할지경의 대단한 위로를 받았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날카로워진 채 부러지기만을 기다려야하는 막대기 같던 나는, 서서히 보들보들해졌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브런치 독자들덕에, 나는 눈 감으면 눈물이 흐르던 시간을 잘 버텼다.



브런치가 책을 만들어 주는 곳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책 만들어 주겠다는 사람들 몇 번 만난 적 있었는데, 그들은 내게 '다른 내가 될 것을 요구'했다. '당신의 스토리는 로맨스로 대성하기 어렵다, 말랑말랑 간지러운 부분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드라이하다'라는 그나마 우호적인 코멘트부터, '천만 독자를 거느리기에는 특정 부류에게만 인기있을 시각이라 출판은 어려우나, 문체는 마음에 드니 대필작가를 해달라'는 요청까지. 이러 저러한 사연만 겪다보니, 책 내준다는 곳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었다.


그런데, 책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해받기 어려운지, 그래서 톤을 수정해야 잘 팔릴 책인지를 걱정할 필요 없이, 그냥 내 이야기를 하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주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거대한 위로였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순간들, 어떻게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핏줄에 바늘이라도 돌아가는 것 같던 순간들은 공유되고 치유되었다. 브런치는 정말 떠나고 싶지 않은 공간이 되었다.


다시 글을 쓰기에는 생업이 바빴지만, 간만에 들어온 브런치에서 브런치 라디오라는 이벤트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 부랴부랴 이렇게 자판을 친다. 라디오라는 매개체를 통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 그런 생각때문에 고통스러운 사람,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말, 꼭 해보고 싶다. 40이 다 되어 여전히 혼자사는 여자이지만, 여전히 꿈꾸고 여전히 바라는 인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같이 느끼고 같이 위로 받고 싶다.


'30분만 안아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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