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스타그래머다. 팔로워 1만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는 아니고 팔로워 약 80명을 보유한 취미사진 업로드 계정의 소유자다. 나는 작은 하이엔드 카메라를 갖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지만 필름 카메라의 아련하고 진득한 색감을 닮기로 유명하여 제법 인기 있는 모델이다. 작고 가볍고 사진이 잘 나와 여기저기 갖고 다니며 풍경을 기록해왔다. 그런 사진들 중 혼자 보기 아까운 것들을 골라 그 계정에 업로드한다. '나 사진 잘 나온 거 있는데 올렸어. 같이 볼래?'의 기록이 내 인스타그램의 일차 기능이고 나머지는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 문학, 여행지 등 인상적인 계정을 팔로우해놓고 감상하기가 부차적 기능이다. 그래도 나름 사진 계정이기에 사진을 업으로 하거나 취미사진을 하는 계정도 많이 팔로우해두고 좋은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하트를 누르곤 하는데, 이 중 종종 내가 올린 사진에 '좋반'을 하거나 '맞팔'을 신청하는 계정주들이 있다.
자기만족으로 올린 사진들이긴 하나 이렇게 사진에 하트가 눌릴 때 은근하게 가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그분들이 사진가일 때는 더욱 그렇다! 왠지 그들이 누르는 하트는 계정 홍보나 팔로워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진심으로 내 사진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의 사진을 더욱 눈여겨보게 되고 다른 계정들과 달리 게시물이 올라올 때 마치 친구가 사진을 올렸을 때처럼 반갑기까지 했다. 물론 댓글이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은 없지만 그들과 묘하게 알고 지낸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약간 진심인 계정주1 로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올린 사진이 맘에 들어 하트를 남기는 이 행위가 단지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보다 그 너머에 있을 사진 찍은 사람에 대한 '호감'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비록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만나지만 하트와 댓글로 우정을 쌓고 있는 중이다. 디지털 시대의 낭만이랄까? 내가 만들어가는 인터넷 공간에 내가 묻어나지 않을 리가 없다. 우리는 인스타를 이용하면서 알게 모르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런 디지털 경험은 결국 스마트폰 뒤에 있는 사람의 감정과도 연결된다. 아무리 인스타그램이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었어도 인스타에는 우정이 살아있다. 그 우정은 하트와 팔로우로 표현되고, 나는 여전히 그 하트에 마음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