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5일은 연락하는 친구가 있다. 만난 지 10년, 그동안 친구와 나의 관계는 우리가 20대 초, 중, 후반을 지나며 패턴을 달리 해 왔다. 우리가 싸운 이유는 서로 크게 잘못했다기 보다도 각자 자신을 몰랐기에 생겼던 트러블이 원인이었다. 20대에 우리는 젊음이 다 지나간 것처럼 떠들어대면서도 막상 '세 시간 외출하면 한 시간은 카페에서 휴식해야 옆사람에게 짜증을 내지 않음' 같은 자신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했다. 또는 타인을 만족시키려는 욕구가 너무 클 때 약속 장소를 이리저리 바꾸며 변덕을 부린다는 것도 몰랐다.
20대 후반인 지금은 이 친구와의 우정의 역사에 있어 가장 평화롭고 견고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고 지낸 시간만큼 각자 자신과의 관계에도 능숙해졌기 때문이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오랜 친구와 다투었다고 해서 급작스레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을 거란 예감은 든다. 쓰다 보니 마치 오랜 부부의 신뢰 같아 보인다.
그런데 어제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내가 친구에게 상처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구는 지난번 나와 만났을 때 내가 한 말들에 대해 매우 마음을 쓰고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었던 건, 우리가 만난 날 나는 아주 즐거웠다는 점이다. 친구가 좀 피곤한 줄로만 알았지 내 말에 기분이 나빴던 것일 줄은 몰랐다. 친구의 반응이 너무 익숙해서 신호를 놓쳤나? 내가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려 감정에 무뎌졌나? 어느 쪽으로든 비상이었다.
친구와 관계가 얼마나 돈독해졌는지 위에 구구절절 적었지만, 사실 난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어떤 부분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머릿속의 생각이 점점 뾰족해져서는 말로 툭, 튀어나올 때가 있기도 한가보다. 완벽한 친구라면 있는 모습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이고 응원해줄 텐데 나는 아직 친구의 완벽한 단짝이 아닌가 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런 일은 줄어들기야 하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사람 관계에서 완벽하게 절친해서 서로 응원하고 으쌰 으쌰 하는 관계가 이상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다투고 사과하고 서로 실수도 좀 하고 불완전한 서로를 보듬고 그러면서 또 한 시절 함께 보내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