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다르답니다: 산수유와 생강나무

by 니모

이맘때쯤이면 앙상한 나뭇가지에 잎보다 먼저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산수유인지. 생강나무인지.


두 꽃나무는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운다는 점도,

비슷하게 생긴 노란 꽃을 피운다는 점도,

잎보다도 먼저 꽃을 피운다는 점도.

참 많이 닮아있다.


언뜻 보기엔 참 비슷해 보인다.

아니 같은 나무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두 나무는 엄연히 다른 나무다.


산수유는 마을이나 공원에 잘 가꿔둔 덕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생강나무는 산이나 숲 같은 야생에서 자란다.


산수유는 가을에 붉은 열매를 맺지만,

생강나무는 동그란 검은 열매를 맺는다.



대충 보면 산수유나 생강나무나 비슷해 보이지만

산수유는 긴 꽃자루에 꽃이 하나씩 피고,

생강나무는 나뭇가지에 팝콘처럼 바짝 붙어서 핀다.





나도 언뜻 보고 쉽게 판단하거나, 단정 지을 때가 있다.

내가 그만큼 관심이 없어서 일수도 있고,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탓일 수도 있다.


내 마음대로 판단해 버리고 단정 지어 버리면

더 이상 생강나무 꽃을 들여다볼 생각도

생강나무 잎을 비벼 알싸한 생강냄새를 맡아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생강나무 열매를 동백기름 대신 사용했다는 것도 모르고,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노랑동백꽃이 생강나무였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영영 산수유와 생강나무를 비교하지 못할 것이다.


산수유와 생강나무를 구별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한 것이냐 물을 수도 있지만,

그 작은 무관심들이 쌓여 나는 점점 더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고,

내 멋대로 생각해 버리고 지나가는 사람이 되어갔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노란 봄 꽃으로 뭉뚱그려 생각하거나,

생강나무를 산수유로 착각하기보다는


산수유도 찬찬히 바라보고,

생강나무의 이야기도 찬찬히 들어주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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