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하나 주웠다. 선녀 부채 같은 모양으로 시원스럽게 생겼다. 찾아보니 자목련의 잎이다.
목련.. 순백의 고귀한 자태는 잠깐, 분분히 낙화하며 발자국과 타이어에 처참히 짓밟힌다. 사랑받는 자의 권력으로 보란 듯이 봄의 허무를 안겨주는 매그놀리아. (동명의 영화도 이해가 안 되고 어려웠다.) 목련이 피고 지는 4월 이후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을 목련 없는 나무의 존재를 여태 몰랐다.
목련으로 덩달아 사랑받고 목련의 최후를 묵묵히 목도했을 잎과 나무줄기의 입장이 되어본다.
행복했고 오래 고통스러웠겠구나. 다음 봄의 찬란한 절정을 기약하며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살고 있구나. 돌아오는 봄마다 최고의 순간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방탕한 친구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주는, 목련 없는 목련 곁에 서서 나무에 기대 본다.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