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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ug 31. 2021

1일1드로잉

달걀

#46일차  

이집트인들은 현생은 잠시일 뿐이고 사후생이 영원한 안식처라고 믿었다. 대단한 상상력과 시간 개념이다. 그래서 그토록 공을 들여 피라미드를 지었나 보다. 천재 수학자 임호텝은 피라미드 공사를 시작하기 전 무게중심이 될 자리에 마아트(타조 깃털)를 놓는 의식을 치렀다. 석회암 5,900만 톤의 석재를 지탱하고 4600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은 핵심은 바로 마아트가 놓인 텅 빈 공간이었다.


이집트에서는 사람의 심장에 그의 인생 기록이 모두 남기 때문에 죽은 뒤 심장을 꺼내 심판받는다고 생각했다. 양팔저울의 한쪽에 죽은 자의 심장을 놓고 반대쪽에 깃털(마아트)을 놓아서 저울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괴물에게 잡아먹힌다. 이렇게 두 번 죽은 사람은 영혼이 떠돌이가 되어 궁극적인 영원의 세계에 정착하지 못하는 형벌을 받는다.


철학자 배철현은 이 생에서 내게 맡겨진 '몫'이란 무엇인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였는지 깊이 성찰했는가, 당신의 마아트는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어렸을 때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큰 질문들을 비웃고 무시했다. 순진한 생각이라고, 현실은 냉정하고 빼앗기지 않게 조심해야 된다고, 사람을 움직이는 건 돈이라는 말이 귀를 막아도 들리는 것 같았다. 이제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의미와 본질을 묻는 질문이 하늘의 별처럼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매달려야 할 나의 몫, 나의 마아트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놀고 나면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다.


냉장고에서 꺼낸 달걀을 그리고  <달걀> 시를  읽으니 달걀 두 개가 자신의 '마아트'를 찾아 각자의 골방에서 골똘히 고독의 시간을 갖는 두 친구로 보인다. 이젠 귀를 막지 않아도 조롱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저 달걀 중 하나에 들어가 나를 부르는 calling에 귀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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