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지 않나요
팀 런치가 있는 수요일이다. 팀 미팅을 마치고 회의실을 비울 때면 맛집을 잘 아시는 사수님이 메뉴를 제안한다. 12시 반이 되면 우리는 슬슬 모니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회사 밖이다. 팀장님, 점심 드시러 가시죠.
4개의 엘레베이터 앞에서 눈치게임을 한다. 랜덤 런치(HR팀에서 신청자에 한해 랜덤으로 그룹을 짜주고 식사비도 지원해주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를 기다리며 수줍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타부서 동기들을 보기도 한다. 사원증을 찍고 빌딩 밖으로 나오면 날씨부터 느껴진다. 무덥고 쨍쨍한 날, 비바람이 치는 날, 선선하고 흐린 날.
대로변을 따라 조금 걷다가 길을 건너 가면 닭구이를 올려주는 칼국수집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집이다. 길을 건너지 않고 가까운 곳으로 가면 손으로 난을 북북 찢어 나눠먹는 인도 커리집, 쌀국수와 나시고랭 등을 다양하게 시켜 맛 보는 베트남 음식점, 부사장님이 사주셨던 인생 장어집, 동기들이랑 자주 가던 1인 샤브샤브집이 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면 개인 카페들이 모여 있는 거리로 간다. 바닐라크림라떼가 유독 고소하고 달달한 집을 찾아간다. 어느 날 그 집이 없어진 걸 알고서부터는 옆집에 간다. 아쉽지만 또 대체 메뉴를 찾는다. 직장인의 낙이다.
한 시간 반 가량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높이 조절 책상을 스탠딩용으로 바꾸는 소리들이 들린다. 모두 배가 부른 것이다. 오후 근무 때 생생하기 위해서는 필수다. 아직 얼음이 살아있는 라떼를 마시며 마음은 나른함과 약간의 긴장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가끔 일찍 점심을 먹고 온 날이면 로비 소파에 앉는다. 빨대를 물고 수다를 떨다보면 아는 얼굴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시간이 찰 때까지 서로 모르지만 또 아는 일 얘기를 한다. 영업지원, 인사, 재무, 회계. 팀이 달라서 더 재미있다.
오후 계획에 따라 파일이나 프로그램을 여는 순간 퇴근길이 잠시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다시 눈을 반짝이며, 때로는 인공눈물을 주입하며 모니터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