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을 마주했을 때

by Ninaland

병원에 입원한 친구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나니 내가 준비해 갔던 말들은 다 허사였다. 곧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의 말이나 너를 걱정하고 있다는 위로의 말이 과연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하고 싶은 말는 삼키고, 먹고 싶었다는 빵과 읽고 싶었다는 책을 한 아름 안겨주고 돌아오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실 세상에 같은 경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별을 경험했다고 모두가 같은 깊이의 상실을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나의 상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러니 꼭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만의 고통 극복필승법을 공유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통하진 않겠지만, 수만 명의 사람들 중 적어도 한 명에게는 통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나의 경우는 일명 ”밑바닥 권법“이다. 관계든, 일이든 망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그냥 더 크게 망했다! 고 선언하는 것이다. 망한 이유를 찾고 싶어도, 이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그냥 진짜 안 망하고 싶었는데, 결국 망해버렸군! 생각한다.


그렇게 인정해버리고 말면 이상하게 힘이 나면서 속이 시원해진다. 별 수 없이 지금이 가장 최악일 테니 앞으로는 나아질 수밖에 없을 테다. 그럼 상황이 좀 객관적으로 보이면서 담담해지고, 이 정도로 망했다고 토로하는 스스로가 우스워지기도 한다. 누구나 살면서 불운을 마주하게 되는 법이고, 이미 닥친 이상 각자만의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삶의 무늬를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작년 여름에 땀 흘리면서 승마를 배웠다. 실내승마장은 한없이 더웠고, 말들은 귀여웠다. 말에서 떨어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건 재밌었지만, 또 무섭기도 했다. 안장을 놓고 말 위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남들은 쉽게 하는 것도 같은데 고삐만 잡은 채 중심을 잃으면 바닥으로 떨어질까 봐, 온몸에 힘을 잔뜩 넣고 있다도 했다. 불안한 와중에 아주 잠시 말의 리듬과 내 몸의 움직임이 어우러짐을 느끼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 승마하러 가는 시간을 기다리곤 했다.


살아가면서 맞춰가야 하는 건 너무나도 많고, 끝없는 불협화음에 그대로 낙오해버리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고, 눈물 날 정도로 벅차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니까 그런 찰나를 모아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바람이다. 그러니 올해 목표는 우선 떨어지지 않도록 잘 버티기, 버티다 짬이 나면 또 승마를 배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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