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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소재로 쓴다는 것

by Ninaland

그런데 가끔 궁금하기는 했다. 근래의 나는 에세이집을 자주 본다. 몇 년 전부터 솔직한 자신의 삶을 소재로 쓴 에세이집들이 서점 매대에서 많이 보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삶은 언제나 흥미를 끄는 법이고, 그래서 나는 종종 구미를 당기는 에세이집들을 읽는다.


내가 본 에세이집들의 특징은 매우 매우 솔직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만났던 연인들의 특징을 줄지어 서술한다거나 웬만하면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부모와의 관계, 재정상황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에세이들을 많이 봤다. 예쁜 포장지를 북북 뜯어낸 그들의 현실반영적인 글에는 솔직하다, 가감 없다는 천사가 붙는다.


그에 반해 소설의 경우에서는 그러한 솔직함이 독이 되어 돌아온 케이스들이 많았다. 남들이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전 연인의 가족관계를 소설에 설정으로 넣는다거나, 지인과 나눴던 카카오톡의 대화 일부분을 소설에 그대로 담았던 소설들은 도서관에서 대여가 금지되고 문학상 수상이 취소되는 등의 논란이 되었다.


이것이 비단 오늘날 한국 문학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한 논란은 여지없이 있어왔다. 북유럽 덴마크 작가의 소설 <코펜하겐 3부작>은 실제 다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담아냈다. 이 소설에서 또한 작가는 자신의 소설 등장인물의 습관으로 남편의 습관을 반영했다. 이는 쉴 때면 퀴즈를 푸는 것이다.


부부의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시간이 나면 퀴즈를 푸는 취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작가의 남편은 아내에게 항의한다. 글을 수정해 달라고 말이다. 이에 대한 작가의 반응은 흥미롭다. 그녀는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랑에 호소한다. “내가 주변에 20대 남자들이 쉴 때 뭐 하고 시간을 보내는지 어떻게 알아, 내가 아는 남자는 너밖에 없는데. 내가 너의 사소한 습관 하나 글에 가져다 쓰는 거도 안 되냐”라고 말이다.


이렇게 사랑에 호소하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는 그래도 각종 사회면에 오를 법한 이슈들보다는 긍정적인 갈등해소법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크게 되기 전에 먼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실제 삶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망은 아마도 사라지기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비윤리적이고 심지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데 게으르다는 평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천착한 삶의 소재를 최대한 다른 빛깔의 이야기로 잘 빚어낼 의무가 작가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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