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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만 했던 마음

by Ninaland

작가가 나오는 소설을 좋아한다.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도 좋아하고, 작가로서의 고뇌가 드러나는 소설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소설은 작가의 삶을 기반으로 썼다는 자전 소설이다. 자신들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왔는지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 항상 쉬이 지나치지 못하고 넘겨보았던 듯싶다.


이러한 소설 들에는 써야만 했던 마음이 담겨 있다. 정용준 작가는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자신의 단편 “사라진 것들”은 사실 가족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썼다고 밝혔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 어머니에게 또한 아직 마음의 응어리가 남아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를 통해 풀어놨다고 한다.


평소 그의 소설을 읽고 나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던 어머니가 해당 소설을 읽고 작가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사라진 것들”이라는 제목이 내심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사라졌다고 했냐는 어머니의 물음이 어떤 연유에서 나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던 작가는 한동안 자신이 쓴 이야기의 제목을 고심한다.


서로에게 중요한 기억을 소설로 풀어낼 수밖에 없었던 쓰는 사람으로서의 작가의 마음과 그 글을 읽을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읽는 사람으로서의 작가의 마음이 공존하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기억이 있는 법이다. 그 글을 읽을 누군가가 받을 영향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작가의 단편은 그러한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어서 더욱 빛이 난다.


허구의 세상임이 자명한 소설 세계에서 이야기의 재료가 된 부분이 실재에 기반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는 부분 또한 바로 이런 지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와 나눴던 대화, 나와의 관계가 소설에 담겨 있을 때 그 원형을 찾아낼 수 있는 누군가를 작가는 분명 글을 쓰면서 특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쓴 이야기가 나를 위로하듯 내가 쓴 이야기는 또한 읽는 누군가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정용준 작가는 결국 어머니가 소장한 책의 제목을 지우고 연필로 마음에 드실만한 제목을 써서 드렸다고 한다. 써야만 했던 마음을 아는 사람일수록 더 마음 써야 할 일렁임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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