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온다는 것은 알겠는데, 내일이 벌써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은 도통 믿기지 않는다. 2012년에 지구 종말이 올 줄 알았는데 어느새 2024년이 되었다는 것도, 일요일을 두 번만 더 맞이하고 나면 3월이 올 거라는 것도 믿기 힘들다. 하루 24시간이 매일 공평하게 주어지고 있는지, 혹시 내 시간만 빨리 흘러간 것은 아닌지 계속 의심하게 된다.
이런 이상한 감각은 카드값을 확인할 때 느끼기도 한다. 2024년의 나는 매일 3만 원 이내로 쓰기를 도전하고 있다. 일주일에 21만 원만 순수 생활비로 사용하겠다는 건데, 분명 이번주는 할만하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매주 실패하고 만다. 진짜 회사-집만 반복했다 생각하며 카드 앱에 들어가면 어느새 만원+만 삼천원+삼만 원 소액으로 쓴 돈이 모여 카드값은 1억이 되어 있다. 대충 말도 안 되게 느껴지는 금액이라는 뜻이다. 혹시나 오류인가 싶어 아날로그 감성으로 금액을 하나하나 더해봐도 숫자의 합은 총액과 정확히 같다.
가끔은 엄마아빠의 얼굴을 보면서도 이상한 감각을 느낀다. 오늘은 오랜만에 엄마아빠의 서울나들이에 합류했다. 일요일이면 종종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엄마아빠의 작은 취미 생활에 연휴를 맞이하여 동행한 것이다. 집에서 매일 보던 얼굴인데, 문득 햇살이 들어오는 카페에서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보니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아빠 눈 밑에 저런 검은 반점들이 있었던가? 엄마의 새치가 저렇게 많았던가? 오늘따라 엄마아빠의 모습은 묘하게 힘이 없어 보이고, 동작은 굼뜨게 느껴진다. 내가 대학생 때 봤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진다.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이, 똑같은 화폐의 가치가, 아침에 봤던 부모님의 얼굴이 다르게 감각될 때면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미간에 힘 좀 쓰지 마라, 다리를 높이 들고 걸어라 엄마아빠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길을 걷는데, 그들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신다. 종로 부근에서 초중고를 나온 엄마아빠에게 서울나들이는 추억여행이다. 어제 먹었던 반찬은 물어봐도 가물가물하다는 엄마아빠가 어릴 때 이 길을 걸으며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쉬지 않고 이야기하신다. 어린 시절도 혹시 느리게 흘러가는 거 아닐까. 나만 느끼는 감각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