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타인과 마주하기
제레미 리프킨은 말했다. ‘카우치 서핑을 통해 우리 모두가 확대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넓은 지구에서, 나의 또 다른 가족을 여행을 통해 만날 수 있다니. 그의 구절은 나에게 인류애를 충전시켜 주었고, 그래서 나는 카우치 서핑이란 방식으로 여행을 떠나기를 꿈꿨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아직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장소를 빌려주는 방식의 여행은 활성화되고 있었지만, 집을 공유하는 방식의 여행은 낯설었다.
방 한구석을 공유하며 학력, 성별, 나이, 지역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방식의 여행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한국판 카우치 서핑 ‘방구석 품앗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의 종종 여행을 다녔던 친구에게 함께 여행을 제안했다. 우리는 카페에 모여 앉아 ‘하루만 재워주세요. 아침밥 해 드릴게요.’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만들었고, 배낭에 달고 다녔다. 배낭 한 구석에는 아침밥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를 담았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과연, 처음 보는 낯선 타인인 우리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가능할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떠난 여행은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구례, 하동, 순천, 여수, 전주를 돌아다니며 따뜻한 방구석을 제공받았다. 저녁 늦도록 앨범 속 사진을 보여주시며 대서사시 같은 본인의 인생을 풀어내 주셨던 구례 산수유 마을에 살던 할머니, 아침부터 일어나 함께 마을을 산책하며, 동네 어르신들에게 우리를 소개해주셨던 하동의 이장 아저씨, 하루 수백 명의 손님 중 하나였을 뿐인 우리를 기꺼이 본인들 집에 데려가 주셨던 중국집을 운영하시는 화교 부부도 있었다. 하염없이 섬진강변을 따라 다음 마을을 향해 내려가는 우리에게 히치하이킹을 허락했던 가족들도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호의를 전할 수 있었던 걸까. 중국집 화교 아주머니 아저씨와 술 한잔 함께 하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자 답은 간단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행운을 마주하게 되는 법이라는 것. 자신들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우연히 마주친 타인이 보여 줬던 친절을 기억해 나설 수 있었다는 답도 있었다. 아, 이렇게 누군가가 베푼 작은 환대가 복리처럼 불어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 더 큰 환대로 전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혐오가 만연한 오늘날, 따스한 호의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연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나는 시간은 나에게 타인과의 친밀한 접촉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평소에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여행을 통해 만날 수 있었고, 그 과정은 작은 환대의 과정이었다. 여행은 낯선 타인과 마주해 가면서 타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과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인해, 현재의 여행길은 막혀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며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그날을 꿈꾼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운명공동체로서 지구촌에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