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중독자
딱 2주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무섭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위기는 극복되기 마련이라고 희망 회로를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게 웬걸.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2주만 참으면 될 줄 알았던 거리두기 4단계는 두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 말이다.
모든 변화가 언제나 그렇듯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도 다양한 측면이 있다. 좋은 변화는 사무실로의 출퇴근이 줄었다는 점이다. 거진 2년 째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출퇴근 없는 삶이 무엇인지를 몸소 느끼고 있다. 분기마다 돌아오는 회식도 멈췄다. 하지만 좋아하는 운동을 맘편히 갈 수 없다는 점, 호흡이 중요한 운동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숨을 헐떡이며 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또 가끔 스스로에게 좀더 집중하고 싶은 시기에는 코로나가 좋은 핑계거리가 되어 준다. (상대방도 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얼핏든다.) 그럼에도 아픈 사람들을 볼 때면, 전염의 위험성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가족의 면회가 중지될 때면 이 바이러스는 대체 언제 없어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냐고 한탄하게 된다.
그럼에도 일상은 이어진다.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우리의 시간이 너무도 짧다. 우리 가족은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같이 TV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질린 가족 구성원들이 시도하기에 보드게임 만큼 즐거운 일이 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막막한 미래에 대해서나, 답답한 현실, 후회되는 과거는 잠시 잊고 몰입하기에 딱 좋다.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은 종종 말로 전해지며, 당사자에게는 잔소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끔은 말 없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럴때면 식탁에 둘러앉아,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4단계가 연장될 때 마다, 새롭게 같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찾아왔다. 처음 시작은 가장 무난한 모노폴리였다. 지금은 쉽게 가지 못하는 전세계의, 전국 각지의 도시들을 게임을 통해 다녀왔다. 누군가가 파산할 때 까지 게임을 쉬이 끝나지 않고, 갇혀 있다는 답답한 느낌을 받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그 다음은 루미큐브였다. 패를 다 내려놓으면 끝난다는 규칙은 매우 단순하게 느껴지는데,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모두가 쉽게 몰입하게 된다. 서로의 패를 추측하고, 신경전을 벌이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세상의 모든 불행이 우리에게서 벌어져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 이런 순간들이 있기에, 우리는 또 내일 하루를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일은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나도 여전히 생소하다. 끝나지 않는 영화를 보는 듯 무척이나 권태로우면서도 불행해진다. 그럴 때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어느 한 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우리 모두 위드코로나 시대에 각자가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나의 방법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또 다른 이들의 참신한 방법을 알아가길 바라며 내일 하루를 보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