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운동들의 공통점

승부보다는 수련

by Ninaland

2020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이후, 내가 경험한 운동 리스트-복싱, 요가, 수영, 달리기, 클라이밍, 등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승패가 결정되는 스포츠라기보다는, 혼자서 나 자신과의 승부를 통해 신체적 발전을 도모하는 수련에 가깝다는 것이다.


복싱으로 운동을 시작하긴 했지만, 체급이 중요한 복싱에서 나는 함께할 스파링 상대를 찾지 못했다. 여자 회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도 했고, 스파링을 할 정도의 기술과 체력을 갖추지 못한 것도 큰 이유였다. 복싱장에서는 주로 걸려 있는 샌드백을 치며 반복적으로 같은 기술을 익히기 위해 시간을 보냈고, 정해진 라운드 동안 관장님이 대주는 미트에 열심히 주먹을 뻗을 뿐이었다.


그다음 시작한 요가도 마찬가지였다. 요가매트에 올라 구령에 맞춰 동작을 반복하고, 호흡하다 보면 요가원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 또한 잊게 되었다. 초반에는 옆에 있는 사람이 취하는 동작을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반복되는 수련을 통해 동작을 익히기 되면 그 이후는 나와의 싸움이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어제보다 조금은 더 단단하게 취해지는 동작을 확인했다. 아무도 몰라줘도 나만 아는 작은 변화들을 보며 뿌듯해했다.


코로나와 함께 잠시 멈춘 수영도, 마스크를 낀 채 혼자 하는 달리기도. (이 두 운동은 누가 봐도 혼자 할 수밖에 없다. 수영장 레일이나 운동장 트랙에서 수건 돌리기라도 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스스로의 신체적 능력을 향상하는 것. 그것이 내가 선택한 운동들의 공통점이었다. 나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결코 끝이 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누군가와 같이 하고 싶다. 는 마음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맹렬한 승부욕을 바탕으로 시합을 통해 서로의 능력을 겨루는 스포츠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성취의 기쁨을 나눌 수 있지는 않을까. 요가매트에서 안 닿던 발이 닿아서 기뻐하는 그 순간도 좋지만, 그 기쁨을 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야, 나 원래 팔을 뻗으면 발에 손끝까지 닿았는데, 오늘은 손바닥이 닿았어!”라고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상냥한 그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나의 작은 성취를 자신의 일인 것 마냥 기뻐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함께 이뤄낸 자들이 느낄 전우애와 맹목에 가까운 자부심을 한 번은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등산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누군가와 함께 속도를 조절하며, 산을 올라보기로. 함께 성취의 기쁨을 나눌 순간을 고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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