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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May 27. 2024

꼰대가 되기 싫어

어디에서도 이제 더 이상 막내는 아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그리고 소소한 취미생활 모임에서도 이제 어엿한 맏언니로서의 포지션을 맡아야 할 때가 종종 있다. 3n살로서 견뎌야 할 무게다.


우리 팀의 막내 직원은 98년 생이다. 회사 생활을 시작했던 그 신입 시절의 고됨이 여전히 생생하기도 해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자주 나누며 친분을 쌓았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말했다.


“저도 나중에 선배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 나의 모습 중 어떤 부분을 좋게 보고 그런 말을 해주다니 너무도 고마운데 말이야, 심지어 어른스러운 모습도 별로 안 보였던 거 같은데! 근데 그것보다 나는 우리가 같은 동년배처럼 느껴졌는데 그 친구에게 나는 좀 더 ‘어른’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느꼈다. 내가 팀 선임들에게 느끼는 어려움과 거리감을 이 친구는 나에게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서로의 마음의 거리는 상대적이라 이토록 다르다.


동년배들과 있을 때는 철없는 친구 1로서의 역할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서로에 대한 말과 행동도 보다 유연하게 넘기기 마련이다. 동시간대를 살아온 만큼 내뱉는 말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순간이 존재한다고나 할까.


회사에서도 사적으로도, 나이 차이가 점점 나는 동생들과 관계가 늘어날수록 말을 하기 전 조심하기 위해 망설이는 순간이 생기기도 한다. 나의 세대에서 통하는 맥락이 다른 세대가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진 않을지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아주 잠깐 생각한다. 아 혹시 나 지금 좀 꼰대 같으려나..?


누군가가 나를 불편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심리적 거리를 최대한 줄이고 싶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상대라면 더욱 상대가 느끼는 거리감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친근감과는 별도로 모든 관계의 사회적 위치가 동등하다고는 할 수 없을 테니 조심해야 할 순간들이 있다. 아무래도 더 친해지고 싶은데 상대를 꼰대로 느끼면 가까워지기 더욱 곤란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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