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왜인지 말을 그만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대화 중에도 마음이 뿔난 듯 금방 뾰족해지곤 한다. 뾰족해지는 순간에도 계속 생각한다. 지금 나는 뾰족해질 만한 말에 뾰족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인가, 아니면 긁혀서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인가!
더 이상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면, 그냥 북유럽 영화 속 내가 본 배경 어딘가로 들어가고 싶어 진다. 아 글쎄, 나를 그냥 혼자 있게 해 주세요! 그 어딘가가 꼭 북유럽 영화인 것은 내가 본 세상 중 가장 대화가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고요한 밤거리에 따뜻한 실내 어딘가에서는 음악소리가 들려 나온다. 음악은 없지만 대화는 없는 건조한 사람들이 술집에서 조차 조용히 술을 마신다. 그들은 외로워 보였지만, 그렇게까지 사무치게 외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대화는 없지만 서로 마주 보며 눈빛으로 말과 말 사이 행간으로 대화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잠깐 위안받는다.
대화로도 눈빛으로도 영 마음이 통하지 못할 것 같으면 초콜릿을 떠올린다. 너무 달지 않은 쌉싸름한 초콜릿을 통해 마음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누군가의 마음이 그냥 보이거나 느껴진다면 너무도 끔찍하니까, 적어도 먹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해 줘야지! 초콜릿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을 근데 나는 과연 먹어보기로 결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내 주변에는 말이, 말이, 오는 말과 가는 말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 안에서 마음은 여전히 쉴 새 없이 뾰족해지고 있지만, 내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초콜릿으로 전할 순 없으니 여전히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말을 할 수밖에! 적잖이 시끄러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