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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Jun 17. 2024

나는 슬플 때 댄스를 춰

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특히나 기분이 좋지 않고, 우울한 기운이 나를 감쌀 때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다. 꼭 누군가를 만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붐비는 어딘가로 나선다. 공원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산책하는 강아지, 카페에서 각자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 걷고, 쉬고, 또 대화를 하다 보면 슬픔이 희석되고 있다고 느낀다.


그렇다 보니 기분을 풀고자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을 잡기도 하는데, 막상 만나고 나면 내가 처한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하는 편은 아니다. 이야기할 정도로 풀릴 수 있는 정도의 분노나 슬픔이라면 누군가의 공감만으로도 크기가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별수 없이 한동안 안고 가야 할 변하지 않는 근원적인 문제라면? 위로나 공감만으로는 희석되기 어렵다.


그럴 땐 이 슬픔이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 인생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인식한 채 함께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몸집을 키우지 않도록 잘 지켜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함께 가다 보면 또 해결책을 찾아내 아름다운 이별로 떠나보낼 수 있을 때가 올 테고, 영원히 함께 가야 한다 할지라도 이는 오롯이 나의 몫일 터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좋지 않아 사람들을 만나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무엇을 하냐 하면 함께 춤을 춘다. 실제로 춤을 추기도 하고, 함께 웃고 떠들며 감정을 환기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시간을 함께 채워주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슬픔의 농도를 낮춰준다. 웃으며 생긴 복근에 힘을 주고 나면 또 넘쳐올 슬픔을 마주할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지는 슬플 땐 나와 함께 다 같이 댄스를 추면 좋겠다, 그러니 한번 다들 함께 해보자는 말이다. 슬픈 사람들이 매일 아침 모여 한바탕 춤을 출 수 있는 댄스교실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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