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나 Nov 25. 2018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스페인 여행에서 가져온 소소한 감상과 생각들


몸을 담고 있는 업계에서는 지금 11월부터가 일이 몰리는 시기입니다. 연간 활동을 리뷰하고 내년도 플랜을 세워야 하는 때가 딱 이쯤이거든요. 해서, 이번 달 초부터 정신 없이 작업을 하다 보니 스페인을 갔다 돌아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는 사실을 어제가 되어서야 깨닫고는 소오름이 돋았습니다.


맑은 날의 그라나다 야경은 이렇습니다


7박 9일 일정으로 토요일 낮에 출발해서 일요일 밤에 다시 인천 공항으로 들어오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정말이지 계획은 고사하고 짐 쌀 시간조차 부족했어요. 도시간 이동 비행기 편도 출국 일주일 전에 아직 결제가 안돼있던 걸 알았답니다. 또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는 어찌나 춥던지….저는 제가 스페인에 가면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사무실서 한창 일하는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스페인 풍경 같은 걸 사진으로 찍어 보내며 직장인의 삶을 한껏 가여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출국 전만 해도 15도를 웃돌던 날씨가 4도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얇은 간절기 옷들은 캐리어에서 꺼내보지도 못했어요.


그래도 사진 갤러리를 다시 들여다 보며 기억을 곱씹고 있노라니, 어찌 되었든 여행은 떠나고 보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창 밖 풍경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한 스페인


뮌헨을 거쳐 바르셀로나 인, 그라나다를 들러 마드리드 아웃, 다시 이스탄불에서 한국으로 오는 루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역시 그라나다입니다. 왜냐면, 스페인을 가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알함브라 궁전이었거든요. 여행지를 결정 할 때는 마음 속에 떠오르는 어떤 심상을 따라 정할 때가 많은데, 이번 해에는 유독 이슬람 풍에 꽂혀 있는 상태입니다. 동양도 아니고 서양도 아닌 중간 그 어디쯤의 이국적인 매력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지구상의 모든 문화를 동과 서의 이분법적 구분으로 나눌 순 없겠지만요.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춰 아침 이른 시간부터 언덕길을 올라 궁전 입구에 도착하니 그 때부터 이미 인파가 모여있더군요. 그래도 그나마 일찍 도착한 축에 속해 나름대로 금방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 근처에 늘어선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


박물관, 미술관, 건축물 투어를 할 때는 우선 가이드의 설명을 먼저 듣고 보는 게 저는 더 좋더라고요. 눈으로만 봐서는 모르고 지나칠 것들이 정말 많잖아요? 서유럽 국가에서 랜드마크 격의 유명한 건물들을 대부분 성당이나 궁전, 성인 경우가 많고 성당의 경우에는 종교에 대한 얼마간의 이해가 뒷받침이 되어야 더 깊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가 있죠. 회화도 마찬가지로 종교화는 성경에 나오는 일화나 기독교에서 자주 쓰이는 모티프를 알고 있어야 그림 속의 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저런 자세를 취하고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등등이 보이니까요.


하지만 서구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로서는 상대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얕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슬람 건축에 대한 해설이 더욱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설명을 꼽자면 이슬람식 분수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아요. 으레 분수 하면 떠올리는 모습은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된 분수대 가운데에서 힘차게 솟아 오르는 물줄기일 텐데, 알함브라 궁전에서 봤던 분수들은 대부분이 바닥에 낮게 자리잡은 수반에서 물이 소리도 없이 퐁퐁 구슬처럼 올라오더군요.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물을 뿜어내도록 하는 것은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나요. 그래서인지 알함브라 궁전의 분수는 로마의 트레비 분수 같은 화려함이나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분수 같은 역동성은 없지만 숲 속에 자리한 샘처럼 고요하고 정순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 안의 분수


아침부터 투어를 시작했던 덕분에 알함브라 궁전 안의 주요 스폿을 둘러보고 나니 딱 점심 나절이었습니다. 가이드님과 헤어져 따로 궁을 한번 더 둘러보기로 결정하고는 헤네랄리페 별궁 정원으로 향했어요. 며칠 내내 흐렸던 날씨도 그 날은 완전히 개어서는 맑은 겨울날처럼 공기가 쨍 하더라고요. 1300년 대 지어진 건축물과 오늘의 나 사이에 있는 시간들을 헤아리면서 정원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도시의 활기도, 성당의 웅장함도 모두 좋아하지만 오래된 것들과 자연 속에 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적막과 평온을 사랑해요.


알함브라 궁전에서 보이는 그라나다 전경


알함브라 궁전도 이렇게 가이드 투어가 아니었다면 아마 스치듯 지나가는 수 많은 관광 명소 중 하나가 되었을 것 같아요. 가이드 투어도 사실 심도 있게 둘러볼 수 있는 코스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꽤나 만족입니다.


13년도에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 처음으로 이런 단품 패키지를 이용했었는데, 그 때 이후로 여행지마다 한 번씩은 구매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요즘은, OTA(Online Travel Agency)나 이런 단품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활성화 되어있고, 소비자들도 해외 경험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풀 패키지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선호에 따라 적극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인지 요즘 업계 뉴스를 보면, 국내 여행사들의 부도나 경영난 소식이 자주 다뤄집니다. 그에 비해 국내로 진출한 해외 OTA나 메타서치 플랫폼 등은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인 것 같고요. 아마 당분간은 두 이해관계자 사이의 경쟁으로 업계가 상당한 진통을 겪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국내 여행사로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밥그릇 싸움 보다는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잡기 위한 발 빠른 변화 모색이 아닐까 해요. 그런 사례 중에 최근 자주 보이는 것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통한 패키지 상품 구성입니다. 기본적인 구성은 패키지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데, 여행사로서는 인플루언서의 팬덤과 신뢰도를 활용해 모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또 인플루언서가 꼭 소셜미디어상의 인기인이 아니라 셰프, 큐레이터 등 각자의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을 섭외하는 케이스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도 이런 전문성이 있는 인플루언서와의 투어는 풀패키지라도 한번쯤 이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하여간에, 요즘은 FIT(Free Independent Traveler), 즉 개인자유여행객이 여행업계의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더욱 더 다양해질 선택의 폭 속에서 여행자와, 여행사, OTA와 메타서치 엔진 등 각 이해관계자들의 미래도 궁금해지네요. 글로벌 회사인 모 기업의 국내 홍보를 맡고 있는 저도 덕분에 요즘 업무가 굉장히 다이나믹해요.


그리고 아래는 스페인 여행을 위한 소소한 팁 공유!


*체감상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등은 에어비앤비와 호텔 가격 편차가 크지 않아요. 특히 그라나다의 경우는 에어비앤비라도 슈퍼호스트 급 숙소가 많이 없어서, 되도록 호텔에서 묵는 걸 추천합니다. 제가 묵었던 곳은 ‘호텔 아나카프리’인데, 룸 컨디션도 중상 수준이고 방에 따라 테라스도 있어요. 물론 뷰는 옆 건물 지붕과 하늘 정도였지만요. 하지만 가장 큰 추천 이유는 호텔 프런트의 직원 분이 영어가 굉장히 유창하고 친절해서랍니다.


*가이드투어는 마이리얼트립에서 예매했어요. 알함브라 궁전의 경우 투어 상품마다 코스가 다르니 주요 방문 포인트는 필수적으로 체크하고 가는 것이 좋아요. 궁전 내 주요 스폿은 여권 스캔 후 입장할 수 있으니 여권 지참은 필수.


*바르셀로나가 파리, 로마와 함께 소매치기의 3대 성지라죠. 저는 무사히 잘 다녀왔고, 실제로도 개인이 주의만 충분히 한다면 도난 위험은 낮지만 워낙 유명 관광지라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는 특히 주의 해야 해요. 저는 혹시라도 모를 사건에 대비해 도난방지선으로 무장하고 갔습니다. 핸드폰과 가방을 연결해두면 꽤 유용해요. 떨굴 염려도 없고. 방지선은 다이소 여행 코너에서 종류별로 살 수 있습니다.


사진은 거진 반 인스타그램에 풀어두긴 했지만 여행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후기는 다음 글을 통해 정리해볼게요.


늘 아쉬운 여행의 끝

덧붙이는 말. 이 글이 뭐라고 조회수 기록 알림이 계속 뜨네요. 카카오의 힘이 새삼 대단하다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알람이 올 때마다 뭔가 안절부절하게 되네요. 뭐랄까, 랜선 무대공포증이라고 해야할지....다음엔 함량을 좀 더 충실히 채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끝까지 스크롤을 내려 읽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태국에서 만난 아기 코끼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