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올해부터 바뀌는 것들도 살짝 얹어서
가끔 저는 제가 여행계의 주호민 작가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상하게도 꼭 어딘가 가려고 하면 출국 전후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터지더라고요. 13년도에는 내몽골로 봉사활동을 갈 일이 있었는데 독립을 두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서 하마터면 전 일정이 취소될 뻔하지 않나, 필리핀 출장을 갔을 때는 수도 마닐라에 태풍이 와서 도로가 침수되었었고, 성인이 된 후로는 처음으로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모 항공사 탑승객이 메르스 양성반응이 떴다는 뉴스 기사가 떠서 항공권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어요. 작년에 보라카이를 가려고 했을 때는 계엄령이 터져서 여행사들도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행지만 가면 비가 온다거나, 한파가 닥친다거나 등등이 있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그래도 물론 전화위복으로 막상 가서 보니 생각보다 더 좋았던 여행도 많았어요. 보라카이는 일주일 전까지도 여행을 취소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가, 날씨 좋고 물 좋은 인생 여행지로 등극했거든요.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내년도 여행지로 어디를 갈지, 그게 참 고민이더라고요. 2019년 들어서 바뀌는 것도 꽤 있고요.
떠나자! 더 가볍게!
출국할 때 구매한 면세템을 바리바리 싸들고 비행기에 타야 했던 여행객에게 희소식! 이르면 오는 6월 인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만, 담배 및 검역대상 품목은 혼잡을 초래할 수 있어 판매가 제한된다고 합니다. 오는 4월부터 입찰에 들어간다고 하니, 이번 여름 휴가는 보다 가벼운 여행길을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국내여행, 손가락 지문 하나로 가볍게 패스
오는 28일부터 제주, 김포 등의 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하는 경우 미리 지문과 정맥 생체 정보를 등록해 둔 사람이라면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비행기 탑승이 가능해집니다. 인천공항은 제외라고 하니까 역시 참고!
일본 공항 출국세 도입
이 뉴스는 비교적 떨떠름한 소식이 되겠네요. 오는 7일부터는 일본을 출국할 때 약 1만원 가량의 출국세가 부과된다고 합니다. 국적에 상관 없이 2세 이상 모든 자국민, 외국인이라면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하니 한국인도 물론 포함 대상이 되겠어요. 2세 미만 유아나 입국 후 24시간 이내 출국하는 환승객의 경우는 제외됩니다.
일단 이렇게 2019년부터 바뀌는 것들을 살펴보았고 내년도 가볼만한, 혹은 피해야할 여행지를 좀 고민해 보고 있어요. 아직 저는 정하지 못했지만…재방문 의사가 있는 지난 여행지들을 되짚어 보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만한 의견을 공유해 봅니다.
보라카이
보라카이는 작년 다녀온 여행지인데요, 직항을 탄다고 해도 공항에서 내려 보트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다시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해서 접근성이 좋다고 하긴 힘든 곳이에요. 하지만 소문난 관광지답게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텔과 맛집이 몰려있는 화이트비치에서 얼마간 떨어져있는 곳에 위치한 리조트에 묵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썬베드에 한가로이 누워 햇살과 바다를 즐기기에는 북적이는 인파와 끊임없이 말을 거는 호객꾼, 해변가를 덮은 녹조가 보라카이의 현실이라는 점 때문이에요. 이전 글에도 언급했던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필리핀 정부가 보라카이 섬 폐쇄를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고요.
약 10개월 정도에 걸친 폐쇄 끝에 보라카이가 올해 10월 말 재개장을 했다죠. 다시 한번 가볼까 싶어 찾아보니 이전과는 다르게 정부 인가를 받은 호텔만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약 100여 곳이 운영 중이라고 해요. 아쉽게도 아직 제가 갔던 숙소가 해당되는 것 같지는 않아서 2019년은 패스하는 것으로…!
그래도 한동안의 휴식 덕분인지 바닷물도 맑고 인파도 비교적 적다고 하니 이틈을 타 도전해보실 분이라면 망설이지 말기를.
참, 입도 전 선착장에서 프린트된 예약 바우처를 확인하기 때문에 2장 이상 미리 소지할것. 화이트 비치 외 모든 해변에서 음주, 흡연 및 파티는 물론 해양 액티비티와 불꽃놀이도 금지라는 점도 꼭 유념해두세요.
그래서 제 추천 점수는요, 5점 만점에 3.5점!
몽골
봉사활동으로 갔다 왔던 몽골은 중국 내몽고자치주였는데요, 아무 것도 없는 여행지를 좋아해서 그런지 지금도 그 때의 추억이 문득문득 생각나곤 해요. 게르 바닥에 누우면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보이던 둥근 하늘하며, 문 밖에 펼쳐진 초원과 구름, 풀숲을 거니는 말들을 바라보다 나른하게 낮잠을 자기도 했던 호시절이었죠.
그래서 올해도 몽골에서의 시간이 떠오를 때마다 항공권을 검색해보곤 했는데, 생각보다 꽤 비싸서 놀랐었어요. 그리고 겨울에는 거의 영하 40도를 찍고 여름에는 영상 40도를 찍는 극과 극의 날씨 때문에 휴가를 길게 쓸 수 있는 때에는 갈 엄두조차 못 내겠더라고요.
그래도 내년에는 과감히 바다를 포기하고 몽골의 별밤을 다시 한 번 보러 갈까 합니다.
우리나라 여권이 워낙 프리패스라 어지간하면 비자 발급을 받아 여행갈 일이 없어 깜빡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몽골은 꼭 비자를 받아야 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몽골과 한국은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서 비자가 없으면 수속 자체가 안 된다고 해요.
한 가지 주의점이라면, 올해 7월부터는 몽골 비자 규정이 강화되었다는 점! 기존에는 여권 원본, 여권용 사진, 비자 입금증, 비자신청서만 있으면 가능했지만, 새롭게 바뀐 몽골비자 발급 규정에는 '왕복항공권'과 '호텔바우처'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몽골은 여행기간 내내 꼬질하게 다닐 자신만 있다면야, 4점! (아시죠? 극히 개인 기준이라는 것)
스페인
올해 TV에 많이 등장한 것도 있겠지만 부쩍 주변에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가는 사람이 많아진 느낌이에요. 아시아나에서 직항편을 개설한 이후로 접근성도 좋아졌죠. 물론 저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유럽 항공사를 이용하긴 했지만요.
유럽은 비교적 여행하기 안전한 편이라 큰 걱정은 없겠지만 근 몇 년 새 테러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다소 망설여지는 구석이 있기는 해요. 그래도 유럽의 테러 사망자 수는 2016년 168명에서 2017년 81명, 올해 11월까지 8명이고 올해 들어서는 대형 사건이 없었다고 하니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어요.
바르셀로나도 17년도 8월 테러 사건이 있었기는 하지만, 해당 사건을 제외하면 여행지로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곳이에요. 여행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을뿐더러 소매치기만 조심한다면 어딜 가나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훈훈한 도시입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스페인이라는 나라 자체도 도시마다의 매력이 살아 있는 곳이라 다채로운 즐길 거리 볼 거리가 있기도 하고요. 특히나 그라나다는 고풍스러운 가톨릭 건물들과 이슬람 지배 하에 있던 시대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옛 시절의 정취가 가득한 곳이에요. 물론 현빈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류를 시키면 안주가 무료로 딸려 나오는 타파스집이 골목에 즐비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점수를 매기자면 저는 4.5점 할래요.
물론 개인의 경험과 의견에 근거한 지극히 사적인 추천 혹은 비추천 글이기 때문에 참고만 해주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도시보다는 자연을 좋아해서 어떤 이가 느끼기엔 다소 놀거리가 없고 휑하 곳을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저처럼 또 사막이나 숲, 바다, 벌판 등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믿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또 달리 추천할만한 여행지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셔도 좋고요. 돈은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 가는게 직장인의 여행이라지만 저는 돈도 시간도 없으므로 되도록 가성비 좋은 곳으로 좀 부탁드려요.
그러면, 또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면 다시 들고 오도록 할게요.
2019년에도 때때로 또 틈틈이 여행을 떠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