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약함에 대하여

by Reeh

아. 엄지 손가락 두 개로 스치는 이 행위를 하는 자의 시선은

이미 긴 기린의 길고 무거운 머리처럼

옆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렇게 기울어진 시선으로

두 손가락으로 글이라는 것을 써내는

넌 얼마나 유약한가.


팔레스타인 학살에

죽은 엄마의 찬 무덤 위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눈물이 얼음처럼 식을 때까지


엄지손가락 두 개만 움직이는

너는

얼마나 나약한가


아이들의 목에

학살 전문가의 총알이 정확히 2알씩 박히고 있는데

부검을 한 의사가 이를 세상에 알리기까지


엄지 손가락만 까딱이는

너는

얼마나 취약한가.


병원에 떨어지는 학살자의 폭탄에

산채로 타 죽는대도

수액병의 관이 다 녹을 때까지


엄지손가락을 휘적이는

너는 얼마나

유약한가.


3만의 생명이 한순간의 불꽃처럼

이스라엘의 포탄에 사라지는데.


세상이 너무너무, 무서운

너는.


너는 신이 필요하나.

너는 엄마가, 아빠가,

언니가, 오빠가 필요한가.

너는 애인이 필요한가.


그들과 함께라면 세상이 무섭지 않은가?


아. 너는 얼마나 약한가.


모든 가족이 학살되고

마른 죽그릇과 우는 고양이만 품에 안은 아이.


아, 그런데.

너는 얼마나 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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