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와 알베르토, 그리고 알파고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 시선에 대한 이야기

by NINEBELL


최근 타일러와 알베르토에 대한 이슈를 봤는데 그 이슈들과는 상관없이 이전부터 하고 싶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정리해 봤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




이제는 익숙해진 외국인 방송인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건 아마도 타일러와 알베르토 일테다. 사실상 외국인 방송인 시장을 넓힌 주역이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지만, 나는 한편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데 있어 한계점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이 두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방송에 나왔던 수많은 '국적, 인종'의 외국인들이 있는데 유독 이 둘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건 바로 그 '국적, 인종'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일러는 물론 똑똑한 사람이지만 적어도 내 시선에선 가끔은 전형적인 미국 엘리트식의 사고를 내비칠 때가 있다. 물론 그게 비난을 받을 일은 전혀 아니지만, '미국국적', '미국명문대'라는 한국사람이 유독 약한 프레임에 묻혀 그가 하는 말을 지나치게 선지자적으로 소비하는 층이 많은 건 한 번쯤 고려해봐야 할 일이다.

알베르토는 타일러와는 결이 좀 다르게 똑똑하고 성격 좋은 중산층 삼촌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나의 시선에서 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은 '한국사람이 어떤 말을 하면 외국인에게 호감을 갖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나쁘다곤 할 수 없다. 본인의 입장에선 한국이 외국이고 낯선 땅에서 이런 위치까지 자리 잡는 것은 그 정도 영리함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또 다른 방면으로 생각해 보면 방송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포지셔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둘은 각자 가진 능력으로 한국에서 잘 자리 잡은 대표적인 외국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 시선에선 그들의 '인종, 국적'이 '미국, 이탈리아, 백인'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와서 열심히 사는 평범한 외국인일 뿐, 우리에게 특별히 다른 시각을 갖게 하거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아쉬운 점은 그들은 그렇게 '추앙' 받는 반면에 그들만큼의 능력을 가지고도, 어쩌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더 진심일 수 있는 외국인들이 '인종, 국적' 때문에 외면받는다는 점이다.

나는 '알파고'를 참 좋아한다 그가 가진 중동에 대한 지식, 진정한 기자정신은 한국에서 정말 귀한 부분이다. 국내에서 항상 미국의 시선으로만 다뤄지다 보니 우리의 시선이 기울어져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중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아마도 한국에서 한두 명뿐인 진정한 종군기자의 역할을 몸소 자처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취재차 간 해외에서 납치를 당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그가 이런 태도를 가지고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국가인 대한민국을 위해 뭐든 보답하고 싶다'는 신념이다.
알파고 이야기를 하면 일부에선 이런 이야기가 꼭 나온다 '걔는 너무 시끄러워', '걔는 너무 가벼워' 같은 말 들이다.
사실 나도 처음엔 그의 말투나 지나친 장난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 그가 자신의 그런 태도에 대해서 해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런 생각도 지우게 됐다.
'목숨이 넘나드는 상황에서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었다, 여전히 힘들다'는 그의 말이 너무 와닿았다. (알파고가 한국으로 오게 된 자세한 이야기는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생략하겠다)
알파고는 현재 타일러, 알베르토와 다르게 한국국적을 가진 한국인이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낯선 '튀르키예' 출신의 '이슬람'신자이다.
물론 그의 출신이나 종교가 그를 다른 외국인 방송인들보다 노출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알파고 외에도 러시아 출신의 지식인인 '일리야', 한국말을 정말 한국 사람보다 잘하는 카자흐스탄 출신 '오네게' 같은, 우리가 비교적 관심이 적은 국가출신임에도(그래서 더 중요함에도)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식도 풍부한 사람들을 방송에서 접하기 힘들다는 부분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이렇게 많아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여전히 외국인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해외에 나와서 보니 우리나라는 대단한 점도 많지만 여전히 고립된 부분 또한 분명 적지 않다.
'백인, 선진국출신'을 무의식 중에 선호하거나 선망하는 것 또한 여전히 고립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생각한다.
'누가 더 낫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들 한국을 사랑하고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이 점점 많아질 것은 분명하고 그만큼 편견 없이 대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이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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