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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 이기는 세계(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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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인

수습 과정을 거친 후 로펌에 들어가지 않고


자그마한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혼자서 일을 시작했다.


로펌을 들어가면 방송을 병행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상속으로 피해를 본 적이 있었기에 상속전문변호사가 되기로 하였다.


광고하기도 쉽고 또 사람들이 납득하기도 쉬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틈틈이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내가 바란 대가는 하나였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


방송에 출연해서 나의 선함을 알리는 것이었다.


많은 신청이 들어왔으나 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을 돕기보다는


이야기가 될 만한 일을 도왔다.


그게 바로 나에게는 광고 효과가 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혼자 시작한 변호사 사무실도 어느새 직원도 생기고 자리도 잡을 수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윈윈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정도 수익이 안정되던 어느 날


방송을 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저도 피해자에서 벗어나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으니 용서를 해볼까 합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착하게 살다가는 또 당한다."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용서해 줘도 의미 없다."


이런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용서라는 용기를 내볼까 합니다."


"조금 더 준비된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종료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떻게 내 사무실 번호를 알아냈는지 친척들이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너 때문에 받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


"얼른 방송해라."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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