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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 이기는 세계(17)

복수(1)

by 나인

내가 용서를 위해 내건 조건은 하나였다.


내 개인방송에 출연해서 사과의 말을 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을 설득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공법이 답이에요."


"나와서 저와 제 가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주세요."


"그러면 사람들도 대부분 납득할 거예요."


그들은 이미 어느 정도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불편하시면 얼굴은 가려드릴 수도 있어요."


물론 말로만 그런 것이었고 실제로 그럴 생각은 없었다.


방송을 촬영하는 날이 되었다.


드디어 우리에게 상속으로 뒤통수를 치고 우리를 아프게 했던 친척들이 사과를 위해 모였다.


이전에는 우리가 뭘 잘못했냐던 친척들이 사과를 위해 공개적인 장소에 나온 것이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생방송은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유튜브 촬영을 하기로 하였고


그들은 대본에 따라 사과의 말을 전하였다.


"사실 돈에 순간적으로 눈이 멀었습니다."


"앞으로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이런 뻔한 말들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녹화과정이 끝나고 드디어 촬영본을 공개하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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