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순이, 오픈을 하다

오픈 홀로서기

by 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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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질삐질 여름날의 출근 길.


오픈 20분 전, 땀을 훔치며 카페에 도착했다.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맸다.

교육받은대로 키오스크를 켜고 가장 먼저 건조대의 행주부터 정리했다.


교육받을 때 적어둔 메모장을 펼쳤다.

- 머신에 원두 채워넣기

- 원두 추출 시간 맞추기

...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메모장은 내게 “다 못외워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작은 안전장치다.

한 줄 읽고 한 번 움직이고, 또 한 줄 읽고 차근차근 움직였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걱정이 많다 보니 며칠 동안은 매니저님이 오픈을 도와주셨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혼자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씩씩하게 말씀드렸지만, 사실 많이 떨렸다.


재료를 배치하고 원두를 세팅했다.

동선이 꼬이지 않게 베이스를 확인하고, 얼음을 채우고, 각자의 위치에 도구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8시.

문을 열자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들어왔다. 출근길의 사람들이였다.


“아메리카노요.”

“라떼 하나요.”


아메리카노, 라떼.

샷 내리는 데 익숙해지자 이 주문들이 들어올 때마다 반가워졌다.

샷 - 물/우유 - 얼음 리듬이 있는 메뉴들이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다!'


아메리카노와 라떼의 안정적인 리듬을 타던 도중

갑자기 블렌더 음료 주문이 들어왔다.


민트 프라페 레시피가... 뭐였지?


익숙하지 않은 메뉴에 손이 멈칫했고, 빨리 레시피 표를 훑어보았다.

그 멈칫이 곧바로 대기 시간으로 이어졌다.


주문은 이어지고, 화면은 쌓이고, 마음이 조급해져갔다.

내 마음과 달리 오더 앱 알람과 영수증은 멈추지 않았다.


몇 분 뒤, 출근길 손님 몇 분의 표정이 굳었다.


“오래 걸리나요?”

그 말투에는 짜증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결국,

“환불해주세요.”


환불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기에 마음 속의 돌은 점점 무거워져갔다.


매니저님이 오시고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다.

동선이 정리되고, 작업이 분산되면서 매장은 다시 원래의 속도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장이 정리된 만큼 내 기분은 정리되지 않았다.


퇴근길에 마음이 무거웠다.

매장에 민폐를 끼친 건 아닐까? 출근길의 분주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손님들께도 더 죄송했다.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주문 양과 손님들의 눈치가 큰 상황.

멘탈을 붙잡고, 꿋꿋하게 음료를 만들어나가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매니저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나는 의기소침해졌다.

'전 안괜찮아요...'



[카페 알바 팁] 주문이 몰릴 때


음료 제조 소요 시간 말씀 드리기

음료를 주문하려는 손님께 “지금 주문하시면 10~15분 이상 걸릴 수 있어요”라고 미리 안내드리자.

손님에게 주문을 할 지 그냥 갈 지에 대한 선택지를 드릴 수 있다.

사람들은 기다림 자체보다 '예측 불가능성', ‘모르는 기다림’에 더 예민하다.


오더앱 잠시 꺼두기

매장 손님이 너무 많아 동선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오더 앱을 잠시 꺼두는 것도 방법이다.

주문을 막는 것 보다, 손님께 선택권을 드리는 일에 가깝다. 다른 매장에서 주문할지, 혹은 직접 방문해서 주문할지에 대해 손님이 상황에 맞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장 상황이 조금 정리되면 빠르게 다시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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