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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Nov 14. 2022

29. 누군가 던진 작지 않은 돌

 우리 부부와 수진이는 퀘벡의 매일 밤을 수다로 보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서로의 안부로 시작해서 쉼 없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미국에서의 수진이 이야기, 캐나다에서의 우리의 이야기. 비슷한 분위기의 인접국에 사는 우리는 공통점이 많았다. 모두가 그렇듯 똑같이 살아 간 다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더 큰 공감대가 있었다.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관심이 많다. 물론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타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때론 우리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그 숟가락을 살 돈이 어디서 났는지까지 관심을 갖는다. 적당한 거리와 깊은 관계없이 '관심'이라는 가짜 이름으로 '무례'라는 진짜 행위를 범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많다. 주변에 모든 것을 뒤로하고 외국으로 나간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그러겠거니 생각하지만 종종 무례한 이야기는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쟤들은 무슨 깡으로 사는 거야?"

"노후 준비는 되어있나? 하긴 아빠가 사장이지?"

"하긴 그러면 일 조금만 해도 월급이 엄청 많았겠다."

"집도 있고, 차있었던 거 아니야?"


 이런저런 자신들의 취향과 걱정을 나에게 대입하곤 자기들만의 결론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틀렸다고,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한다. 깡이 없어서 매일매일 열심히만 살아온 나를 모른다. 내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노력을 했는데 혼자 울었는지 관심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그들은 관심 밖에 있는 나를 모른다. 아빠가 사장님은 맞다. 하지만 그 회사는 아빠 혼자 운영하는 1인 소기업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기사가 딸린 차를 타고 한강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다.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쇳가루를 마시며 튀는 기름을 맞으며 일하시고 나 또한 그렇게 일했다. 사업을 하는 모든 사장들은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들은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우리를 판단하고 부러워했다가 미워한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굿하고 난리다.

 수진이 또한 미국에서의 삶은 녹룩지 않았다. 사람들은 수진이의 꿈보다 그녀의 학벌에 관심을 갖는다. 혼자 얼마나 연습을 해서 버클리 음대에 진학했는지 관심을 갖기보단 어떤 루트를 통하면 편하게 유학을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그녀가 대학원에 진학을 하는지, 취업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미국에 있는 게 부러울 뿐이다. 수진이가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유학 초기 햄버거가 먹고 싶어 버거집에 가서 버거를 주문했는데 그녀가 받은 건 빵 두 조각과 패티 한 장이 전부였다. 인종차별인가 심장이 두근거렸으나 알고 보니 토핑을 취향에 따라 골라서 넣을 수 있는 매장이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그녀는 결국 빵 두 조각과 고기 한 덩어리만 받게 되었다. 따지고 물어볼 수도 없이 부끄러웠던 그녀는 입에 햄버거를 쑤셔 넣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난 적이 있었다. 아무도 수진이의 시행착오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의 외로움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우리의 인생이 누군가에겐 실패로 보일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 없는 자산이 우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이게 한다. 멘땅에 헤딩하듯 떠나온 이곳의 생활 또한 편한고 좋지만 우리의 미래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저들의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 길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이건 각자의 가치판단의 차이일 뿐인데 사람들은 타인에게 돌을 던진다. 이건 무심코 던진 돌이 아닌 의도적으로 던진 돌이다. 개구리가 맞아 죽는 걸 알면서 재미 삼아 돌을 던지고 씹고 죽이는 행위들이다. 왜 사람들은 타인의 행복을 불편해할까.


 어차피 힘내라도 돈 줄 거 아니면 공짜인 응원과 소소한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관심 좀 끄길 바란다. 좀 관심 없는 사람한테 관심 갖는 모습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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