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다 눈, 코, 입 다 있어요. 다만...
퀘벡 하면 빼놓을 수 없게 바로 드라마 도깨비가 아닐까. 한동안 도깨비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큰 인기가 있던 드라마다. 아직도 겨울이 되면 케이블 tv에서 방송을 해주는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 도깨비의 백미는 아무래도 배우들이 아닐까 싶다. 184cm의 큰 키의 소유자인 공유와 이동욱이 함께 나와서 작정하고 멋짐을 연기하는데 안 멋질 수가 있나. 남자인 내가 봐도 보는 눈이 즐거웠다. 근데 심지어 연기도 잘하고 구멍 배역이 하나도 없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드라마였다.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였던 이 도깨비가 바로 퀘벡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멀고 먼 퀘벡에서 도깨비의 흔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 캐나다 퀘벡에 있는 '쁘띠 셩쁠랑 가(Rue du Petit Champlain)'에서 만날 수 있는 도깨비가 드나드는 빨간 문은 구글에서 'Goblin Red door'라고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쁘띠 셩쁠랑 가를 걷다 발견한 도깨비 문을 사진 찍으니 한 중년의 백인 여성이 나에게 다가와서 이곳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아주 유명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드나드는 문이라고 설명을 해주었고,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역사적인 곳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동양인이 주를 이루었지만 인종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문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생각이 납득이 됐다. 아마 이 여성도 공유가 롱코트를 휘날리며 햇살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을 것이다. 문을 열고 나오다 그 앞에 있는 배우 김고은의 모습을 보고 돌아가는 귀여운 모습을 보며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올 것이 분명하다.
눈으로만 도깨비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길을 걷는데 멀리서 색소폰 연주 소리가 들렸다. 위니펙에선 볼 수 없었던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색소폰 소리를 매력적이었다. 마치 캐니지(Kenny G)가 이곳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서본 그 사람은 정말 캐니지의 모습이었다. 백인의 긴 머리를 뽀글뽀글하게 파마를 하고 의자에 한쪽 긴 한쪽 다리는 늘어트리고 멋들어지게 색소폰을 불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놀라게 한 것은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크러쉬의 뷰티플이었다. 아니 이 연주자는 드라마 도깨비를 정주행이라고 한 것일까?! 동양인이 가족이라도 있는 걸까? 동양인 여행객의 니즈와 감성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퀘벡은 기대만큼이나 너무 예쁜 도시였다. 북미에서 흔하지 않은 유럽식 건물들이 즐비했고 이들의 매력적인 모습은 골목길마저 예술의 길로 만들어줬다.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도깨비 소유였던 '샤토 프롱트낙 호텔(Fairmont Le Château Frontenac)'과 도깨비 언덕으로 알려진 '파크 뒤 바스티옹 드 라 렝 (Parc du Bastion de la Reine)' 그리고 도깨비가 앉아서 책을 보던 퀘벡 의회 의사당 앞의 분수인 '폰테인 데 투어니(Fontaine de Tourny)'까지 드라마에서 보고 상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드라마에선 분수 앞에 배우 '공유'씨가 앉아있었고, 지금은 공유보다 10cm 이상 작고 배 나온 내가 사진을 찍기 위해 분수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는 것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 왜!! 뭐!!! 내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