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우울증의 다양한 얼굴

by 니너하리


#1. 프롤로그 - 우울증의 다양한 얼굴


우울증은 어떤 모습일까요?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봅시다. 누군가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눈물을 흘리던 친구를, 또 누군가는 어느 날부터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는 자녀를,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텅 빈 공허함을 느끼던 연인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우울증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울증’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울증은 어떤 사람에게 찾아올까요? 여성에서 더 흔하다고 보고되거나 청소년기와 성인기 초반 등 특정 연령대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설명이 있지만,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얼굴들을 조심스레 떠올려보면 우울증은 여느 질환들과 다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 생긴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는 점입니다. 바바라 포어자머의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당뇨병을 앓는 사람은 치료법을 찾지만,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설명을 원한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우울증이 찾아온 이유를 쫓으며,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심지어 자기 자신을 탓하느라 상처가 더 깊어지기도 하죠.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을 단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기질이 다르듯, 우울증 또한 각자의 삶 위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유전적 취약성, 스트레스와 신체 반응 등 여러 요소가 서로 얽히며 마음과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은 마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뇌가 함께 겪는 변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에서도 누군가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하루 종일 침대에 머무르기도 합니다. 흥미를 거의 잃고 세상과 거리를 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는 잠시 웃음을 되찾는 이도 있죠. 우울증은 이렇게, 사람마다 조금은 다른 얼굴로 찾아옵니다.


마음이 받은 상처의 모양이 각기 다르기에, 글로 나열된 증상만으로는 우울증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당신을 위해 작고 귀여운 ‘우울이’와 함께하는 마음의 여정을 준비했습니다. 딱딱한 진단 기준 속에 가려진 마음의 모습을, 몽글몽글한 그림으로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내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는 우울증의 원인을 새롭게 밝혀내거나 특별한 치료법을 소개하지 않습니다. 다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렵게 느껴지는 우울증을 조금 더 친근한 모습으로 알리고 싶습니다.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동화 같은 그림으로 만나보고, ‘우울이’와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오해를 풀며 두려움의 크기를 조금씩 줄여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 작은 바람이 어딘가에서 불어온 봄바람에 실려, 누군가의 마음에 피어나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Jesulola E, Micalos P, Baguley IJ. Understanding the Pathophysiology of Depression: From Monoamines to the Neurogenesis Hypothesis Model - Are We There Yet? Behavioural Brain Research. 2018.
Malhi GS, Mann JJ. Depression. Lancet. 2018.
Kok RM, Reynolds CF. Management of Depression in Older Adults: A Review. JAMA. 2017.
Fries GR, Saldana VA, Finnstein J, Rein T. Molecular Pathways of Major Depressive Disorder Converge on the Synapse. Molecular Psychiatry. 2023.
바바라 포어자머.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