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눈물공장
2-1.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의 차이는 뭔가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슬픔, 공허감, 절망감 또는 관찰되는 쉽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
– DSM-5-TR, 주요 우울장애 진단 기준 중
‘우울’이라는 표현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우울증을 뜻하는 영단어 depression은 ‘아래로 눌러 내리다’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기원했습니다. ‘낮아진 상태’를 가리키던 이 단어는 현대 정신의학에서 ‘우울증’을 뜻하는 대표적 표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말 우울(憂鬱)은 ‘근심할 우’와 ‘답답할 울’이 결합한 한자어입니다. 머리를 가리고 가슴을 움켜쥔 사람, 숲처럼 빽빽이 막힌 답답한 기운을 그린 글자는 마음이 눌리고 답답한 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 줍니다.
우울증 진단에 가장 중요한 증상 중 하나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 이어지는 가라앉는 기분입니다. <한낮의 우울>의 저자인 앤드루 솔로몬은 “슬픔은 상황에 걸맞은 우울함이지만 우울증은 상황에 걸맞지 않은 슬픔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우울증에서 말하는 '우울한 기분'은 일시적인 기분 저하와는 강도와 기간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하루 대부분의 시간 가라앉은 기분이 2주 이상 계속되고, 이전처럼 일상을 꾸려가기 어려워질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우울증을 마음에 생긴 골절에 비유하곤 합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원치 않은 순간에 넘어지는 경험을 하죠. 열심히 달리다 넘어졌을 때 그 상처가 단순한 타박상으로 끝날지, 치료가 필요한 골절로 이어질지는 그 순간에는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골절이 생겼는데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일상을 이어간다면, 상처는 더 벌어지고 통증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골절은 단지 '아프다'는 감각만의 문제가 아니라, 뼈가 부러지며 몸 전체의 균형이 달라지고 움직임이 제한되는 변화이기 때문이죠. 골절이 생겼을 때 필요한 것은 '좀 더 버텨보자'는 의지가 아니라, 다친 곳을 확인하고, 제대로 고정하고, 회복을 돕는 치료와 재활입니다. 우울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일들 속에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나 온 당신의 마음. 혹시 지금, 마음에 생긴 골절이 당신에게 보내는 신호를 혼자서 참고 견디고 있지는 않나요?
참고문헌
Kendler KS. The Origin of Our Modern Concept of Depression—The History of Melancholia From 1780-1880: A Review. JAMA Psychiatry. 2020
DSM-5-TR(주요우울장애 진단 기준)
<한낮의 우울> Solomon A.
depression 어원 참고: Online Etymology Diction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