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눈물공장
2-2. 슬플 때 왜 눈물이 흐를까요?
진료실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떠올릴 때면, 눈에 글썽이는 눈물이 맺힌 얼굴이 먼저 그려지곤 합니다. 물론 슬퍼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눈물이 언제나 슬픔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슬픔과 눈물은 비슷한 푸른색을 지닌 단어처럼 느껴집니다. 우울감에 대한 평가는 내담자의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표정·자세·음성 등 비언어적 신호를 함께 살핍니다. 그중에서도 쉽게 흐르는 눈물은 우울감을 관찰할 수 있는 보조적인 단서입니다. 실제로 임상가들이 우울증 심각도 평가를 위해 사용하는 해밀턴 우울 척도(HAM-D)의 첫 항목에도 ‘쉽게 우는 경향’이 3점 기준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왜 슬플 때 눈물을 흘릴까요? 뇌에서 출발한 슬픔 신호가 부교감신경을 거쳐 눈물샘을 자극하면, 눈물 공장의 밸브가 열리듯 눈물이 흐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슬플 때 흐르는 눈물은 두 가지 방식으로 우리를 돕기도 합니다. 우선, 눈물은 울음을 통해 심리적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감정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실컷 울고 난 뒤에 오히려 기분이 회복되고 차분해진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는 울음이 심박수, 호흡 등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생리적 항상성 유지에 기여하기 때문으로 해석되죠. 한참 눈물을 흘리고 나면 후련하고 차분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눈물은 슬픔이나 고통 등 부정적 감정을 타인에게 알리는 신호로 작용하여, 주변 사람의 공감과 도움, 위로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기능을 가집니다. 눈물이 얼굴에 맺힌 사람을 볼 때 누구나 자동적으로 슬픔을 인식하고, 더 따뜻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죠. 잠시 멈춰 도움을 청하도록 돕는 슬픔이라는 감정의 역할을 떠올려 보면, 반짝이는 눈물줄기는 그 슬픔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인 셈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마음속 눈물 공장이 멈추지 않는 듯, 매일 차오르는 눈물을 남몰래 훔치고 있다면 그 눈물은 오랜 시간 참고 버텨 온 마음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은 마음이 약한 것이 아니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마음의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 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The Neurobiology of Human Crying. Clinical Autonomic Research : Official Journal of the Clinical Autonomic Research Society. 2019. Bylsma LM, Gračanin A, Vingerhoets AJJM.
Emotional Tears Communicate Sadness but Not Excessive Emotions Without Other Contextual Knowledge. Frontiers in Psychology. 2019. Ito K, Ong CW, Kitada R.
Is Crying a Self-Soothing Behavior?. Frontiers in Psychology. 2014. Gračanin A, Bylsma LM, Vingerhoets AJ.
DBT Skills training manual, 2015, marsha M. Line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