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눈물공장
2-3. 우울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의지로 질병을 이겨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저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힘든 시간을 견뎌냈을 누군가에게, 대단하다는 말과 함께 마음속으로 뜨거운 박수를 건네게 됩니다. 내가 원하지 않은 질병이라는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도, 달라진 몸을 이끌고 혼자만의 힘으로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대단하고도 어려운 일을 끊임없이 강요받는 서러운 질환이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바로 우울증입니다.
의지가 없어서 그렇다. 나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버티면 나아질 수 있다. 성격이 문제인 것 같다. 제가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듣는 말들입니다. 병원을 찾는 순간에도 의지와 노력의 시험대에 오른 이들이 그동안 걸어왔을 차디찬 걸음을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낯설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울증을 질환이 아닌 개인의 결함으로 돌리기도 하는 사회에서, 지금도 아픔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울증도 여느 질환과 다르지 않게, 몸과 마음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찾아오는 상태입니다.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를 단 하나로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가설 가운데 하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가설, 이른바 모노아민 가설입니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처럼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이 뇌에서 부족하거나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때,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죠. 여기에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 염증 반응 등 면역계의 변화,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환경적 스트레스와 유전적 취약성이 면역 반응과 호르몬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뇌의 여러 영역에서 신경세포의 생성과 신경전달 기능을 방해해 우울증 증상으로 이어진다는 통합적 관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즉, 우울증은 단지 뇌의 화학물질 문제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생물학적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며 나타나는 복잡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울증이라는 낯선 변화를 알아가는 첫 번째 단추일지도 모릅니다. 우울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참고 버텨온 시간과,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는 오늘에 작은 위로와 용기를 전합니다.
참고문헌
Major Depressive Disorder: New Clinical, Neurobiological, and Treatment Perspectives. Lancet. 2012. Kupfer DJ, Frank E, Phillips ML.
Understanding the Pathophysiology of Depression: From Monoamines to the Neurogenesis Hypothesis Model - Are We There Yet?. Behavioural Brain Research. 2018. Jesulola E, Micalos P, Baguley 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