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불안이와 몽롱이
6-2.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느려진 R씨 이야기
R씨는 쌀쌀한 어느 겨울날, 가족들과 함께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최근 들어 R씨의 하루는 아침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알람이 울려도 몸을 일으키는 데 한참이 걸렸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과 사투를 벌이다 보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에너지를 써버린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하루가 느려진 건 움직임만이 아니었습니다. R씨는 생각하는 속도도 함께 더뎌졌다고 말했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면 머릿속에서 답을 꺼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아주 사소한 선택 앞에서도 한참을 멈춰 서게 되곤 했죠. 병원에 오기 위해 입을 옷을 고르는 일조차 R씨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습니다.
R씨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린 건 가족들이었습니다. 말을 하다가 멈추는 일이 잦아졌고, 질문을 받아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짧은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대답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 모습도 자주 보였죠. 표정이 풍부하던 얼굴은 가면을 쓴 것처럼 무표정해졌고, 걸음이 느려진 탓에 함께 걷다 보면 금방 뒤처지곤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자연스럽게 하던 일들이 하나하나 버거워 보였습니다. 말수가 줄고 반응이 느려진 것을 걱정한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의 질문에 답하는 건 어색한 정적뿐이었습니다.
참고문헌
Psychomotor Retardation in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of Diagnostic, Pathophysiologic, and Therapeutic Implications. BioMed Research International. 2013. Bennabi D, Vandel P, Papaxanthis C, Pozzo T, Haffen E.
ㅣPsychomotor Retardation in Depression: Biological Underpinnings, Measurement, and Treatment. Progress in Neuro-Psychopharmacology & Biological Psychiatry. 2011. Buyukdura JS, McClintock SM, Croarkin 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