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망가진 마음

#6. 불안이와 몽롱이

by 니너하리

6-3.속도가 망가진 마음


"타인에 의해 관찰 가능한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

- DSM-5-TR, 주요우울장애 진단 기준 중


우울증은 늘 조용한 모습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우울은 몸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고, 또 어떤 우울은 진흙 속에 빠진 것처럼 몸을 무겁게 만들죠. 이는 몸으로 드러나는 우울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정신운동성 초조 혹은 지연이라고 부르죠.


왜 어떤 사람은 초조하고, 어떤 사람은 느려질까요? 우울증은 한 가지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병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을 보이는 이질적인 질환입니다. 불안과 관련된 경로의 활성이 두드러지는 사람은 초조해지고, 동기와 움직임을 조율하는 기능이 더 저하되면 몸과 마음이 느려지죠.


위험이나 불안을 감지해 우리 몸을 긴장시키는 편도체. 우울증이 찾아오면 감정을 조절하던 브레이크가 느슨해지고, 편도체는 고장 난 경고등처럼 쉬지 않고 울려댑니다. 마음에 불안이가 찾아온 것처럼,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도 몸은 긴장해 안절부절못하게 되죠.


동기와 의욕을 담당하는 도파민은 몸을 움직이게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합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도파민이 줄고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뇌는 움직이라고 말하지만 그 명령이 도중에 끊기거나 느려지죠. 졸음과 사투를 벌이는 몽롱이처럼 몸과 마음이 신호에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우울은 때로 말이 아닌 몸으로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몸도 마음도 느려진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초조해 가만히 있질 못하는 당신이 예민한 것도 아니죠. 그저 당신이 견디고 있는 우울의 또 다른 얼굴일 뿐입니다.


참고문헌
Psychomotor Semiology in Depression: A Standardized Clinical Psychomotor Approach. BMC Psychiatry. 2022. Paquet A, Lacroix A, Calvet B, Girard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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