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란 그 종류를 떠나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관계는 때로는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 나를 속상하게 만들기도 하죠. 진료실에서는 특히 이런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곤 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걸 보곤 해요.
내가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할 때도, 엄마를 실망시켜서 사과하고 화해를 하고 싶을 때도, 나만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상황에서 거절을 해야 할 때도.. 상황과 목적에 관계없이 항상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관계를 풀어나가려 하다 보면, 처음에 내가 마음먹었던 방향과는 정반대로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할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했던 대인관계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봤답니다.
마샤 리네한이 개발한 변증법적 행동치료 중 대인관계에 대한 내용을 참고했는데, 분량이 방대해서 모든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인관계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은 먼저, 이 관계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세 가지 요소로 나누며 시작합니다. 목적, 관계, 자기 존중감.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존재하고 우리는 매 상황마다 내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내가 원하는 것, 예를 들면, 상사에게 개인적 사정으로 업무 범위 변경을 요구할 때와 내게 실망한 친구와 화해할 때는 목표와 관계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겠죠?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면, 각각의 세 가지 요소에 맞추어 지켜야 할 간단한 규칙들을 생각해 봅니다.
- 목표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는 내가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그에 따른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바를 부드럽게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고 상대방과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면 더욱 좋고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그 배경을 먼저 설명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관계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는 우선 상대방이 어떤 태도와 말을 하던 경청 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게 필요해요. 수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태도를 가져보는 거예요.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절대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상대방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유머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눠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자기 존중감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나와 상대방을 공평하게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항상 배려하고, 내가 이해하고, 나는 괜찮다고 말해왔던 내 모습은 잠시 넣어두고,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이 중요한 것처럼 나의 감정과 생각도 중요하다는 걸 떠올려봅시다. 나부터 나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태도를 잃지 않는 거예요. 굳이 애써 괜찮다며, 내가 잘못했다며 나와 상대를 속이지 않고 진솔한 태도를 가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짧게 적힌 글만 보고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우리들의 수많은 관계들을 쉽게 쉽게 풀어갈 수는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걸 기억해 두고, 언젠가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혼자서만 고민하지 않았으면 해요. 관계에 정해진 정답은 없겠지만, 내가 반복하고 있던 패턴을 파악하고 작은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내가 두려워하던 실패들이 단단한 발판이 되어 딛고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